HD현대가 인도 해군이 사용할 차세대 상륙함의 설계·건조에 참여한다. 지난 7월 HD현대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날 인도 해군 상륙함 설계 및 기술 지원에 참여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 9월 175척 규모의 해군 함대 구축 등을 포함한 국방력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는 상선은 물론 항공모함도 만든 경험이 있지만, 세계 조선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한국·중국·일본과 비교하면 기술력은 아직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술 지원을 하면서 해군을 키우는 인도의 함정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조선업계에선 HD현대가 수년간 추진해 온 글로벌 다변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월 필리핀 조선소에 이어 내년엔 사우디에서도 조선소가 새로 가동된다. 기존 베트남까지 합치면 생산 거점이 3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협업 국가도 인도와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미국에 페루까지 더해졌다.
◇내년 연 60척 해외 생산 거점
HD현대는 2011년 베트남 칸호아성의 닌푸옥 조선소에 연 최대 15척의 선박을 만드는 거점을 만들었다. 1996년 한국 조선업의 첫 해외 생산 기지로 선택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입지 여건을 갖춘 이 조선소는 최근 독(dock)이 가득 찰 정도로 호황이다. HD현대는 추가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엔 필리핀의 수비크 조선소도 가동에 들어가, 연말부터 HD현대가 수주한 약 12만t급 탱커 4척을 만들기 시작했다. 과거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이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곳으로, HD현대가 10년간 임차해 쓴다. 필리핀 해군을 위한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으로도 사용 중이다.
사우디 동부 킹살만 조선 산업 단지에 연 최대 40척의 배를 만들 수 있는 초대형 조선소가 내년 가동을 시작한다. HD현대가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 등과 합작해 만든 곳이다. HD현대는 선박 건조에 참여할 뿐 아니라 설계 기술 등에 따른 로열티도 받는다.
베트남·필리핀·사우디 세 곳의 생산 거점이 갖춰지면 HD현대는 연 최대 60척을 해외에서 만들 수 있게 된다. HD현대중공업 등 HD현대 계열사가 보유한 국내 조선소의 연 최대 생산량은 130척 안팎. 국내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해외 생산 기지가 구축되는 셈이다.
◇미국과 페루, 인도는 협업 기반 놔
HD현대의 해외 협력은 아시아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선 미시시피 조선소 등을 둔 헌팅턴 잉걸스와 공동으로 올 연말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 지원함 개발 사업 입찰에 도전하고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는 2028년까지 ECO 루이지애나 조선소에서 중형급 LNG 컨테이너 운반선도 공동 건조하기로 했다. 지난 4월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와 해군 함정 4척을 현지에서 공동으로 만드는 계약도 맺었다.
이 같은 해외 확대 전략은 지난 2017년 밑그림이 그려졌다. 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부사장이던 정 회장 등 HD현대 수뇌부는 10년에 걸친 글로벌 조선업 침체가 다시 닥쳐도 버틸 수 있도록 해외 시장을 넓히는 게 필수라고 판단했다. HD현대 관계자는 “그런 전략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