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뉴저지의 쇼핑센터 ‘아메리칸 드림몰’ 메인 광장은 구수한 라면 내음으로 가득했다. 광장 한편에 설치된 이른바 ‘한강 라면 기계’로 불리는 라면 즉석 조리 기기에 몰린 사람들 때문이었다. 미국 2위의 초대형 쇼핑몰인 아메리칸드림몰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난 6~8일 개최한 ‘2025 뉴욕 한류박람회’ 기간 K컬처 쇼핑센터로 변모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가 지난 7일(현지 시각) 미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에서 개최한 '2025 뉴욕 한류박람회'에 참여한 바이어들이 한국 뷰티업체의 마스크팩을 살펴보고 있다./코트라

코트라 한류 박람회는 우리 중소·중견 기업의 소비재를 알리고 수출 판로를 뚫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한 차례 이상 세계 각지에서 24차례 개최됐다. 하지만 북미 지역에서 열린 건 이번이 15년 만에 처음이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미국, 특히 뉴욕 같은 대도시는 비용이 많이 들고 대형 바이어들을 불러 수출 계약 상담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워 도전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미국 내 K컬처 인기가 오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 이번 박람회는 K컬처가 콘텐츠 소비 차원을 넘어 미국인의 일상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라면 기계를 홍보한 범일산업 부스 앞에는 능숙하게 라면을 끓여 이를 젓가락으로 먹는 현지인으로 북적였다. K푸드와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도 내내 북새통이었다. 7~8일 일반 시민 대상 행사에는 무려 2만명이 다녀갔다. 브랜다(26)와 애시(27)씨는 “루이지애나에서 3시간 걸려 왔다”며 “우리 동네에도 한국식 편의점과 식당이 여럿 생겨 즉석 떡볶이 등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뉴저지에 사는 멜라니(39)씨는 “초등생 딸을 포함해 요즘 우리 가족과 이웃들은 일상적으로 한국 음식, 드라마를 즐긴다”고 했다.

◇‘한류 박람회’ 15년 만에 이룬 ‘아메리칸 드림’

북미 시장은 지난해 소비재 수출 전체의 26.5%를 차지하며,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4대 소비재 품목(화장품·패션의류·생활유아용품·농수산식품)의 북미 지역 수출액은 2021년 43억6300만달러에서 지난해 60억6100만달러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화장품 수출은 8억4000만달러에서 18억9900만달러로 126% 급증했다.

이번 박람회 기간 열린 기업 간 거래(B2B) 행사에도 현지 바이어사(社) 235사(북미 185사·중남미 50사)가 참여해, 우리 기업 100곳과 총 1390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산 샤인머스캣과 완도 전복, 뽀로로 완구, 즉석 라면 조리기 등 다양한 먹거리와 제품들이 바이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멕시코판 ‘올리브영’인 ‘파마시아스 시미라레스’ 관계자도 “한국의 패션이나 스킨케어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의 최신 뷰티 트렌드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가 지난 7일(현지 시각) 미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에서 개최한 '2025 뉴욕 한류박람회'를 찾아온 한 가족이 즉석 라면 조리기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코트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가 지난 6일(현지 시각) 미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에서 개최한 '2025 뉴욕 한류박람회' 기업간거래(B2B) 수출상담회./코트라

◇소비재 최대 수출 시장으로 떠오른 북미

김숙영 UCLA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과 BTS·‘오징어 게임’의 흥행, 올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돌풍을 거치며 “한국인이 먹고, 바르고, 입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미국 내에 최근 100번째 지점을 낸 한인 수퍼마켓 H마트 관계자도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틱톡 등 대형 플랫폼을 등에 업고 미국인 일상에 완전히 뿌리내렸다”며 “음식·식당, 화장품뿐 아니라 한국식 패션 소품, 문구·완구, 한국식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관심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H마트는 플로리다주 올랜도 등 한국 교민이 많지 않은 지역으로도 확장 중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가 지난 7일(현지 시각) 미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에서 개최한 '2025 뉴욕 한류박람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벤트장을 둘러보고 있다./코트라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올해는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포함해 한류 박람회를 총 4회 개최할 예정”이라며 “한류 열풍이 중소·중견 기업 소비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력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