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탄소 중립)’가 실현되면 국내 기업의 부도 확률이 최대 2.15배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발전·철강·시멘트·제지·정유·석유화학·운송 등 고탄소 배출 업종의 부도 확률이 높았다. 다만 보고서는 “탄소량을 조기 감축하면 부도 확률이 줄었다”며 선제적인 구조 조정을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 니플러스는 15개 산업군 368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2050년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부도 확률이 현재 에너지 정책을 유지했을 때보다 최대 2.15배 높아졌다고 9일 밝혔다.
니플러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상장사를 대상으로 물리적 리스크(폭염, 홍수 등)와 전환 리스크(탄소세, 기술 변화, 배출 규제 등)를 반영해 부도 확률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발전·철강·시멘트·제지·정유·석유화학·운송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에서 부도 확률이 최대 3.2배로 뛰었다. 에너지 소비 단위당 탄소 배출량을 뜻하는 탄소 집약도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음식료·전자·유통·기계 장비·서비스 등 저탄소 산업군은 부도 확률 상승 폭이 1.36배에 그쳤다. 다만, 저탄소 업종이라도 원자재나 부품을 고탄소 산업에서 공급받는 구조라면 탄소 가격이 오를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2.13배, 중소기업은 2.36배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을수록 탄소 중립 전환에 더 취약한 셈이다.
탄소 가격·배출권·에너지 전환 비용 등 ‘전환 리스크’가 태풍·홍수·폭염 같은 ‘물리적 리스크’보다 기업 부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태풍 등 자연재해는 발생 시점과 규모가 불확실하지만 에너지 전환 비용은 정책이 시행되면 곧장 비용으로 반영돼 수익성과 현금 흐름에 부담을 준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탄소 배출 감축을 조기에 실행하는 전략이 부도 위험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니플러스 분석에 따르면 한 화학업체는 현 상태에서 넷제로 정책이 시행될 경우 부도 위험이 4.6배 높아지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0% 조기 감축하면 2.0배로 줄고, 여기에 수익성 개선까지 병행하면 1.3배까지 완화된다.
니플러스는 “탄소 집약도가 높고 재무 완충력이 낮은 기업은 온실가스 과잉 배출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구조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