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연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산업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늘려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최소 50~53% 줄이겠다며 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계는 전기 요금이 급격하게 오르면 AI 산업 활성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년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 인사말에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장관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약 1억t(톤)에서 1억7000만t의 온실가스 배출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며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탄소 문명을 종식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녹색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전력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력화하는 것을 국가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햇빛과 바람으로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AI 데이터센터를 움직이고, AI 데이터센터가 대한민국과 전 지구를 보다 행복하고 차별 없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기존 원자력 발전, 석탄 등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전기 요금을 계속 동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장기적으로는 낮아지겠지만, 당장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뉴스1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미 급격하게 오른 상황이다. 2022년 1분기 킬로와트시(㎾h)당 105.5원이었던 산업용 전기 요금은 작년 말 185.5원으로 75.83% 상승했다.

산업계에선 ‘전기 먹는 하마’인 AI 산업이 발전하려면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저렴한 전기 요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약 85%가 전기 요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도 낮은 전기 요금이 AI 경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낸셜타임스 주최 행사에서 “중국은 에너지 비용이 낮고 규제가 느슨해 AI 경쟁에서 미국을 이길 것”이라며 “중국에서 데이터센터용 전기 요금은 사실상 무료”라고 했다.

중국 간쑤성과 구이저우성, 네이멍구 자치구 등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자국 반도체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 요금을 최대 50% 인하해 주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 지역의 데이터센터는 ㎾h당 약 0.4위안(약 81.1원)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산업계에선 “산업용 전기 요금이 지속적으로 오른 상태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만 언급하면서 전기 요금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AI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AI 산업 확대에 필요한 조건을 모르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