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등 경쟁 국가의 추격, 유럽의 견제 속에서 K방산은 이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합니다.”(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
올 상반기 K방산 4대 기업의 수주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기준 2024년 세계 10위 방산 수출국에 오른 한국은 이제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을 목표로 설정했다. K방산은 그러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튀르키예, 인도 등의 거센 추격을 받는 동시에 서유럽 방산 강국들이 기술 이전, 현지 생산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시장 진입을 견제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가 됐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적 해법 마련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K방산의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모색하기 위해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방위산업,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힘’을 주제로 국가전략산업 포럼을 개최했다. 국방부, 산업통상부, 방위사업청, 코트라(KOTRA)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조선일보가 창사 이래 방산 분야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행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록히드마틴 등 국내 30여 사가 참여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국민의힘 서일준·유용원 의원,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K방산 성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민간의 우수한 기술과 장비가 군에 적극 제안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넓히겠다”고 했고, 서일준 의원은 “방산 강국 도약의 성패는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사(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에 달렸다”고 말했다. 유용원 의원은 “기술 혁신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인 기술 도입하고, 수출국 다변화해야
첫 세션 ‘K방산 수출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에서는 무인 시스템 도입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화두였다. 김도화 현대로템 상무는 “미래 전장은 유·무인 시스템이 협업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전차 등에 자율 주행, 전동화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철희 코트라 전문위원은 “주요 수출국에 현지 생산 거점과 MRO(유지·보수·정비) 생태계 구축을 통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욱 방사청 아시아중남미협력담당관은 “수출 금융 등을 지렛대로 삼아 개척할 가치가 있는 시장을 찾는 K방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원익 록히드마틴코리아 대표는 “록히드마틴은 한국과 지난 40년 가까이 국방력 강화, 기술 발전을 이끌어온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마스가를 통해 조선업 ‘최대 전성기’ 목표
‘마스가(MASGA) 시대, 함께 도약하는 한·미 조선 산업’을 주제로 한 둘째 세션에서는 박정희 정부에서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한국은 이제 바다의 판을 짜는 나라가 됐다”며 “조선업이 대한민국 외교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우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양국 협력의 실익에 대해 “미국은 빠른 납기,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고 한국은 신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미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과 HD현대가 무인 함정 공동 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의중 산업통상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앞으로는 한국의 조선업 기술을 이전받은 ‘조선업 동맹’ 국가들과 함께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효재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은 “미 해군의 관행, 인력 이탈 등을 해결해야 미 조선업 역량 재건이 가능하다”고 했고, 좌장인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비한 플랜 B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