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늦은 시각, 서울 강남의 한 식당. 전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LG트윈스 선수단의 축하연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깜짝 등장했다. 이날 경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만찬에 참석했는데, 이를 마친 후 상경해 곧바로 식당을 찾은 것이다. 현장을 목격한 팬들에 따르면, 구 회장은 선수단을 격려하며 자정 넘어서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2019년 LG트윈스 구단주가 된 구 회장은 벌써 두 번째 우승을 경험했다. 2023년 ‘29년 만의 우승’에 이어 2년 만에 또 우승을 맞았다. 역대 네 차례 우승 가운데 절반이 자신이 구단주일 때 이뤄진 셈이다.
구 회장은 2018년 회장 취임 당시 LG트윈스에 “우승 얘기는 안 하겠다. 대신 5년의 시간을 드릴 테니 항상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는 강팀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5년 뒤 LG트윈스는 실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24년 3위를 거쳐 올해 다시 우승을 했다. 등락이 있었지만 구 회장의 주문대로 우승 전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은 미래 사업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강조하며 당장 돈 벌 수 있는 것보다 ‘미래를 보고 기다린다’는 경영 방침을 지켜오고 있다. 구단주 취임 후 구단 운영에서도 ‘ABC’를 강조했다고 한다. AI와 데이터, 기본기(Basic), 소통(Communication)이다. 그가 구단주로 취임하기 전 6~7명이었던 구단 데이터분석팀은 현재 13명이다. 중요 의사 결정을 할 때도 데이터분석팀 의견을 꼭 듣는다고 한다. 올해 영입한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도 메이저리그 경험 없는 ‘무명’이었지만, 데이터분석팀과 논의 끝에 스카우트를 결정했다. 최근엔 최고 시속 162㎞를 던지는 ‘AI 피칭 머신’을 들여왔다. 상대 팀 투수 구질과 성향뿐 아니라, 이닝별 상황에 따라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훈련할 수 있는 기기다.
젊은 선수들과도 자주 소통한다. 2023년에 이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2군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봤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그가 2군 선수들의 이름과 포지션을 일일이 묻고 격려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LG 트윈스의 우승 축하 행사인 ‘축승회’는 6일 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곤지암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