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 3분기(7~9월)에 12조8455억원(92억67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5일 밝혔다. 작년 동기 대비 20%나 늘어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밝지 않다.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수익성 탓이다. 올 들어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에 머물면서 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외형상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이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중국 이커머스 업체 등 경쟁자들의 공세를 방어하느라 수익성에서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형 성장에 못 미치는 수익성

미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쿠팡Inc가 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연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2245억원(1억62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 늘었다. 하지만 올 1~2분기와 비교하면 엇비슷한 수준이다. 2021년 6월 이천 화재 사건에 대한 보험금을 받아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작년 4분기(4353억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올 3분기 쿠팡이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증권가에는 실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쿠팡은 최근 영업이익률 2% 벽을 좀처럼 깨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쿠팡의 영업이익률은 1.7%로, 전년 동기(1.38%) 대비 소폭 개선됐다. 올해 1분기(1.9%)보다 낮고 2분기(1.7%)와 같은 수준이다. 쿠팡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낸 2022년 3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 13개 분기 동안 영업이익률이 2%를 넘긴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쿠팡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미국 블룸버그는 ‘매출 신기록을 세웠지만 실망스러운 이익을 낸 쿠팡’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쿠팡은 좀처럼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2022년 진출 후 공을 들이고 있는 대만 시장에 대한 선제 투자 등의 여파라고 설명한다. 쿠팡은 대만에도 한국처럼 직고용 배송 인력 체계인 ‘쿠팡프렌즈’를 비롯한 물류망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김해 스마트 물류센터(1930억원), 충북 제천 첨단 물류센터(최대 1000억원) 등 투자 수요가 많아,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대폭 높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공세 펼치는 경쟁자들

쿠팡이 주춤한 사이 국내 시장에서 추격자들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쿠팡과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네이버는 쿠팡의 직접적인 경쟁 부문인 ‘커머스’ 부문에서 98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9%나 매출이 늘었다.

쿠팡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구축한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기반으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게 주력이다. 반면 네이버는 물류센터 등 없이 판매 수수료와 광고 기반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쿠팡과 비교해 배송망 투자는 덜 하면서도 성장 속도는 더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앱을 출시하고, 컬리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온라인 쇼핑을 더 강화하며 쿠팡을 추격 중이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작년 총거래액은 쿠팡 55조861억원, 네이버는 50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의 거래액 격차가 올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저가 공세를 하는 중국 이커머스, 신세계그룹의 지마켓도 쿠팡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마켓은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고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조인트벤처(JV)를 만든 데 이어 내년에만 7000억원을 투자해 5년 안에 거래액을 2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