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인 BYD의 순이익과 판매량이 줄면서 주가도 9개월 만의 최저치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중국 정부의 단속으로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할인 경쟁이 어려워진 데다,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기술적 우위를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5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BYD 주가는 전날 97.45홍콩달러(약 1만8000원)로 마감하면서 5월 23일 기록한 최고치(155.07홍콩달러)에서 37.2%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5%, 32.6%씩 감소했다고 밝힌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BYD의 실적 부진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는 영향이 크다. BYD의 3분기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1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BYD를 바짝 쫓고 있는 지리자동차와 창안자동차는 이 기간 판매가 각각 96%, 84% 늘었다. 중국 하이툰 투자연구소는 “BYD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3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라며 “올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3.6%포인트(P) 감소한 27.4%”라고 했다.

BYD가 맥을 못 추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할인 단속이 있다. BYD는 2023년 초부터 가격 경쟁을 주도해 왔고, 다른 회사 대비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유지해 왔다. 올해 5월에도 22종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가격을 최대 34% 할인하겠다고 했는데, 그 직후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관영 언론을 통해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환경을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BYD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점도 BYD 성장세를 옥죄는 요인이다. BYD는 친환경차만 판매하지만, 지리자동차나 창안자동차는 내연기관차도 판매한다.

BYD는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BYD는 지난 3월 ‘5분 충전’ 기술을 내놨지만, 20만위안(약 4036만원) 이상 고급 모델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전용 충전 시설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판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BYD는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가 BYD의 주 무대다. 이 지역 수요가 증가한 덕에 3분기 해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했다. 최근엔 일본 시장 전용 모델인 전기 경차 ‘라코’와 하이브리드 모델 ‘BYD 씨라이언 6 DM-i’를 내놓는 등 일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해외 시장 실적, 내년 출시될 신모델, 가격 정책 동향 등이 BYD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