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 폭탄이라는 거대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무역 전선은 더 넓어지며 글로벌 교역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메이드 인 차이나’는 과거의 ‘저가 추격자’ 꼬리표를 떼어내고 기술력과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의 텃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총수출액은 2조782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특히 태국으로의 수출은 22.5%, 베트남은 22.2% 증가했고 대(對)인도 수출도 12.9% 늘었다. 미국 시장을 잃자, 비미국권 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로 이를 상쇄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KOTRA 해외무역관과 함께 호주, 독일, 스페인, 태국, 인도,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9국을 현장 취재한 결과, 중국산은 세계 각지에서 전기차·스마트폰·가전 등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분야를 잠식하며 우리 기업들의 수익 기반을 흔들고 있다. 동남아, 남미 등 신흥 시장도 한발 앞서 진입해 상상할 수 없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막대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태국에선 BYD(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가 사실상 현지 전기차 시장을 석권했다. 브라질 전기차 시장의 중국산 점유율은 99%를 넘어섰다. 중국산 로봇 청소기 같은 가전 제품은 파리의 거실을 파고들고 있고, 스페인 스마트폰 시장에선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2위로 밀어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습은 우리의 기술 텃밭과 미래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