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왼쪽 네번째) HS효성 부회장과 바트 삽(왼쪽 세번째) 유미코아 CEO가 벨기에 현지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HS효성

HS효성그룹이 지난해 계열 분리 후 첫 신사업으로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를 택했다.

HS효성은 2000억원을 투자해 벨기에 소재 기업 유미코아(Umicore)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의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아 배터리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소재로 꼽힌다. 회사 측은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작년 5억달러 규모였고, 향후 연평균 40%가량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라고 했다. 현재 국내에선 대주전자재료·한솔케미칼·포스코실리콘솔루션 등이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중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쓰고 있다.

HS효성그룹은 최근 주력 사업 중 하나인 타이어스틸코드 매각을 추진하며 사업 재편에 나섰다. 대신 배터리 소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전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효성그룹과 계열 분리되기 전부터 유미코아사를 수차례 방문했고, 최근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의장을 맡아 해외를 오가면서도 인수 협상을 위해 수차례 철야 미팅을 가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HS효성은 울산에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HS효성 관계자는 “울산 공장은 현재 아라미드(첨단 기능성 섬유), 자동차 소재 외의 나머지 사업을 해외로 이전했는데 이번 투자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수는 벨기에와 한국 등 주요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