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에 OPEC 로고가 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 소속 8개국이 올해 4분기 증산 폭을 이전에 비해 대폭 축소한 데 이어 내년 1분기 추가 증산 계획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시장 과잉 공급 우려에 더해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현실적 고려, 계절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각) OPEC+ 8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내달인 12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3만7000배럴 늘리되, 내년 1∼3월엔 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2월에 진행하는 하루당 13만7000배럴의 증산량은 지난 10월, 11월과 같은 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자흐스탄·알제리·오만 등 8개국은 OPEC+와 별개로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자발적 감산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올해 4월부터 증산 기조로 돌아서 그간의 220만 배럴 감산을 지난 9월까지 모두 회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65만 배럴의 또 다른 감산량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또는 전부 복원할 수 있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날 결정은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10월부터 회복 중인 165만 배럴의 감산량은 당초 2027년 1월부터 하기로 했던 것이라 시장에선 “초과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에 폭탄이 떨어졌다”는 반응도 나왔었다. 이에 유가 하방세가 굳건히 가는 분위기에 OPEC+가 내년 증산을 멈추며 제동을 건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가 석유 생산량을 더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등 불확실성도 고려된 조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계절적 요인도 이번 OPEC+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리서치 기관 에너지 에스펙츠(Energy Aspects)의 암리타 센은 “1월부터 3월까지는 원유 수요와 공급 균형이 가장 약한 분기고, OPEC+가 감산을 중단함으로써 시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원유 공급이 수요를 하루 최대 400만 배럴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4%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 15% 넘게 하락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OPEC+가 올해 초부터 유가부양 기조에서 시장점유율 유지·확대 기조로 전환한 뒤 늘 ‘시장 안정, 신중한 접근, 유연한 대응을 하겠다’는 코멘트를 덧붙였는데 이번 감산 완화 속도 조절 역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대한 유연한 대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에 유가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환 실장은 “내년 1분기 초과 공급 비율이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며 “50불 후반에서 60불 초반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40불까지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엔 이번 조치로 제동을 건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