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넘게 난항을 겪던 한미 관세 협상은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 김해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에야 극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타결의 열쇠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간의 4시간에 걸친 ‘문자메시지 회담’이었다. 전날인 28일 밤까지도 결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만큼 상황이 불투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도착 직전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이다.
29일 오전 10시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가 일본을 출발하자 기내의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은 김정관 장관과 문자메시지를 통한 협상을 시작했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연간 대미 투자 상한’ 문제가 핵심이었다. 김 장관은 ‘연 200억달러 이상은 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러트닉 장관이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의 최종 합의안이 구성됐다. 두 장관의 문자 소통은 오전 11시 32분 김해공항 착륙 직전까지 이어졌고, 이 상황을 보고받은 이재명 대통령이 수용 여부를 결단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정상회담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40분 정상회담 개시 전까지 4시간 여 만에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두 장관의 ‘문자 회담’을 통해 쟁점이 해소되면서, 한미 정상은 석 달간의 긴 관세 협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장관 등 협상단은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협상을 끝마쳐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연일 밤늦은 시각까지 미국 측과 화상 회담을 열며 접촉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방송 인터뷰에서 “연간 (투자) 한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끝까지 남아 있었다”며 “(29일) 점심쯤 연간 한도 같은 문제가 합의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주에 도착한 뒤 한국과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면서, 김정관 장관에 대해 “굉장히 훌륭한 분이자, 매우 터프한 협상가라는 말씀을 들었다. 조금 능력이 부족한 분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이 23차례 만나고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싸우면서 쌓인 정’이 타결 과정에서 지렛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도 대미 협상 과정에 대해 “책상도 치고 목소리도 올라가는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때로는 강하게 대립했지만, 빈번한 접촉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29일 저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도 러트닉 장관이 김 장관을 부둥켜안는 등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