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홈플러스가 31일 오후 3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 그러나 인수 희망자가 전무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마감 시간까지 LOI 접수가 없을 경우 공개 입찰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일인 11월 10일까지 인수 주체를 정해야 하는 홈플러스로선 막막한 상황이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10만명이 실직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어, 정치권에서는 ‘공익적 인수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협을 유력 인수자로 띄우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지만, 농협 내부 사정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홈플러스 사겠다는 기업이 없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지분(보통주)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수자가 1조원 이하의 자금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이례적인 행보까지 보였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의 불투명한 미래와 납품 대금 등 막대한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홈플러스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납품 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납품 물량을 축소하거나 대금 선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출은 줄어드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 일부 점포는 전기세 체납까지 발생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최종 제출 시한은 11월 10일까지 확실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원도 추가 연장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만 바라보는 홈플러스
정치권 일각에선 공익적 차원에서 농협이 인수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직접 고용 인원 2만명과 2800여 협력업체 근로자 등을 포함해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지난 28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홈플러스의 국산 농축산물 매출이 2조원 정도 되고, 거래하는 농가 수가 5만 곳”이라며 “농협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농협 인수론을 주장하는 측은 농협의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가 결합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 농민 판로 확대 등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정치권이 등을 떠미는 듯한 분위기지만, 농협은 신중한 분위기다.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은 자회사인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을 통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데, 202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게다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억원대 금품 수수 혐의로 출국 금지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 24일 국감에서 “농협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자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의 연간 적자가 합쳐 약 800억원에 달한다”면서 “한번 보겠다”는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부로서도 딜레마다. 고용 불안정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에 대해 정부가 나서 특정 기업(농협)에 인수를 독려하거나, 공적 자금을 동원하는 것이 ‘사모펀드 먹튀’를 용인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홈플러스는 31일까지 LOI 접수가 무산될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일인 11월 10일까지 잠재적 인수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 법원도 회생계획안 제출을 또다시 연장해주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가 회생으로 갈지, 청산으로 갈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