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까지만 해도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연간 수십만 기의 내연차 변속기를 만들던 공장이 2027년 연면적 9만5000㎡ 규모 수소연료전지 공장으로 바뀐다. 한 해 최대 3만기 수소연료전지가 생산돼 승용차는 물론 상용 트럭·버스, 건설 장비, 선박, 농기계 등에 맞춤형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30일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열고, 이곳을 중심으로 수소 생태계 확장에 한층 더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만드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는 기존 연료전지보다 출력과 내구성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까지 갖추는 것이 목표다. 이 공장에선 국내 최초로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기도 양산한다. 수전해기는 연료전지 기술을 응용해 물에서 순도 높은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장치다. 90%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해 장기적으로 수출도 노린다.
◇현대차 “전 계열사가 수소 생태계 나선다”
수소는 가장 유망한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아 왔다.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부산물로 오직 물만을 배출하는 특성 덕분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수소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세계 수소 수요가 2020년 8500만t에서 2050년 5억3000만t이 돼 6배 이상으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수소 중심 생태계’는 아직 실현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장 기공식을 계기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수소 산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 수소 관련 연구·개발(R&D) 전담 조직을 출범시킨 후 수소차, 수소트럭 등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과 운송 등까지 전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모빌리티의 탈탄소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기업의 혁신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수소는 공급과 수요가 함께 커야 성장”
현대차는 30일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에서도 장재훈 부회장이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모두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로’ 세션 대담자로 나섰다. 이날 세션에선 장 부회장과 이바나 제멜코바 수소위원회 최고경영자(CEO)가 수소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방안을 두고 공개 대화를 나눴다. 수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다.
두 사람은 수소 생태계를 키우려면 전체 시장을 키우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라고 의견을 모았다. 수소를 다방면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야 그만큼 생산이 활발해지고, 다시 소비를 늘리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장 부회장은 “자동차 외에 선박, 농기계 등 여러 분야에서 수소를 많이 써야 규모가 커지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수소 산업은 수요 창출과 공급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각국 정부와 기업 모두의 파트너십이 있어야 수소 생태계가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또 “글로벌 에너지 지형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수소는 그 변화의 핵심”이라며 “수소는 모빌리티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장점이 있어 많은 나라와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바나 CEO는 “수소 산업에 약속된 전 세계 자본이 이미 1100억달러(약 157조2000억원)를 넘어섰고, 이는 지난 5년간 10배 이상 성장한 규모”라며 수소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주에서는 이날 저녁 수소 생태계 확장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의 ‘수소 네트워킹 만찬’도 열렸다. 현대차 장재훈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사장, 이바나 수소위원회 CEO를 비롯해 린데코리아,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중공업, 일진하이솔루스, 새만금개발청, 한국석유공사 등 수소 관련 주요 기업 및 기관 대표 7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수소 공급망 구축, 기술 혁신, 글로벌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