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방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30일 서울 삼성동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3자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황 CEO는 30일 늦은 오후쯤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의 한 치킨집에서 이 회장, 정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모빌리티 분야를 주도하는 세 총수가 만나 AI(인공지능) 반도체 협업 등을 논하는 자리로는 파격적 형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모두 엔비디아에서 회동 장소를 듣고 실무진이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며 “젠슨 황이 한국의 활달한 치맥 문화를 경험해 보면서 이재용·정의선 회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회색 티셔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즐겨 입던 검은 터틀넥처럼, 젠슨 황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을 고집하는 독특하고 소탈한 취향을 갖고 있다. 15년 만의 한국 방문에서도 이런 젠슨 황의 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치맥 회동이란 형식도 주목받지만, 세 사람이 비즈니스와 관련해 논의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품 ‘HBM3E 12단’의 엔비디아 납품을 앞두고 있으며, 6세대 HBM4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랠리’ 속 더 도약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이 필수다.
현대차그룹 역시 올 1월 엔비디아와 ‘AI 동맹’ 수준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로봇, 자율 주행, 스마트 공장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AI 분야에서 더욱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게 과제다. APEC 개막과 함께 경주로 내려온 이재용·정의선 회장은 30일 젠슨 황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로 이동했다가, 31일 오전쯤 다시 경주로 가서 이날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만찬에 참석한다. 젠슨 황 역시 31일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특별 세션 연사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