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 개막 특별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이라며 “우리(한미)는 매우 특별한 관계와 유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APEC CEO 서밋’이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공식 개막했다. 국가 정상급 인사 14명과 글로벌 재계 리더 1700여 명이 참석하는 이번 서밋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인사말에서 “전 세계 GDP의 60%를 APEC이 차지하고 있고, 지난 30년간 CEO 서밋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모임이었다”며 “올해 서밋은 공급망 문제,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대응 등 무수히 많은 변화에 대해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 서밋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연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조선업 협력을 한미 경제 동맹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위해 한국과 정말 많이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이 투자한 미국 필리 조선소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서로에게 정말로 진지한 동맹국으로서 함께하고 있다”며, AI 시대의 핵심 요소인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해외에서도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앤서니 쿡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등 빅테크 및 금융계 주요 인사들과 마티아스 코르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도 함께했다. 국내외 재계 리더들은 31일까지 ‘브리지, 비즈니스, 비욘드(Bridge, Business, Beyond·연결과 성장 그 너머)’라는 주제 아래, 세계 경제의 현안을 주제로 머리를 맞댄다.
◇한미 테크 동맹 강화
한미 양국은 이날 인공지능(AI) 산업 가속화 및 차세대 통신, 바이오, 양자, 우주 등 미래 첨단 기술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한미 기술 번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국은 AI 전 분야에 걸친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통신, 제약·바이오 기술 공급망, 양자 혁신, 우주 탐사 등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통신에서는 6세대 이동통신(6G)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우주 분야에서는 미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 상업용 지구 저궤도 우주정거장 개발·운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 하정우 대통령실 AI 수석은 “양국은 공통 가치와 기술 개발의 방향을 오랜 시간 논의해 왔고 기술 속도보다 방향을, 통제보다 신뢰를,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미 경제 협력의 분위기는 이날 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한미 경제인 대규모 리셉션으로 이어졌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재용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 기업인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 HD현대 정기선 회장 등 조선 3사 최고 경영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10명의 국내 주요 기업 총수가 참석했다. 기업들은 반도체, 자동차, 전략 광물, 에너지 등 미국이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 어떻게 협업할지 소개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러트닉 장관은 여기에 화답하며 미 상무부 내에 각종 인허가 절차 등을 전담하는 ‘투자 액셀러레이터’ 담당 부서를 만든 사실을 설명하며 한국 기업들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원스톱’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이 더 이상 비자 문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했다.
미국 측에서는 AWS의 맷 가먼 CEO 등 희토류·방산·LNG 등 한미 협력이 절실한 분야의 미국 기업인들이 참석해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한미 재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리셉션에서도 APEC CEO 서밋 참여차 경주에 온 한미 기업인들이 곳곳에서 대화를 나누며 협력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