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31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회의 만찬에서 선보이려던 불꽃 쇼와 드론 쇼 행사가 최근 전격 취소됐다. 당초 한화는 만찬장인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이 있는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의 보문호(湖) 인근에서 불꽃 5만발과 드론 2000여 대를 동원한 대규모 환영 행사를 펼칠 예정이었다. 중앙정부, 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APEC 정상 회의 준비기획단’과도 협의를 마쳐, 지난 14일 대대적으로 이를 알렸다.
하지만 홍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준비기획단에서 한화 측에 갑작스럽게 불꽃 쇼 취소를 요청했다고 한다. APEC의 화려한 마무리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쇼가 취소된 것은, ‘경호 문제’ 탓이었다. APEC 행사에 임박해 주요 국가 정상들의 참석 일정과 형식 등이 속속 확정되면서 경호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원래 이번 쇼는 보문호 수면 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불꽃이 수면에 반사되는 모습이 아름다운 데다, 불티가 물 위에 떨어지도록 해야 불꽃 쇼로 인해 불이 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고위층 인사의 APEC 참석이 속속 확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컨대, 현재 해경은 특공대원을 투입해 보문호 바닥을 수시로 샅샅이 뒤지고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를 폭발물 탐지를 위해서다. 수중 드론까지 써가며 24시간 감시 체계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보문호에 바지선을 띄워 불꽃 쇼를 하려던 한화의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또 불꽃을 쏠 때 발생하는 ‘팡팡’ 하는 소음이 마치 총소리와 유사한 데다, 불꽃을 보려고 인파가 몰린다는 점도 경호 측면에선 모두 최악의 요인이었다고 한다.
불꽃 쇼와 함께 선보이려던 2000여 대의 드론 쇼 역시 함께 취소됐다. 현재 회의장 주변 상공은 경호·안전 등의 문제로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된 상태다. 불법 촬영이나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는 드론 같은 초경량 비행 장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경찰특공대는 불법 드론을 막기 위한 드론 무력화 차량과 전파 교란용 총을 곳곳에 배치한 상태다. 한화 측은 “글로벌 행사에 맞춰 K-불꽃 쇼를 선보이려던 계획이 취소돼 아쉽지만, 안전 관련 문제인 만큼 최대한 협조하며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