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추진하는 신규 원자로 건설 사업에 800억달러(약 115조원)를 직접 투자하기로 하자 국내 원전 업계에선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관련 원천 기술과 초기 설계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직접 원전을 짓는 역량 등은 상대적으로 취약해 한수원 등 동맹국의 주요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웨스팅하우스 대주주인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카메코와 구속력 있는 기본 합의서(Binding term shee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대형 원자로 건설에 8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인허가 절차를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그 대가로 미 정부는 175억달러(약 25조원)를 초과하는 수익의 20%를 받을 권리를 확보했고,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43조원)를 넘어서면 기업공개(IPO)를 요구할 수도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핵심 산업 육성 전략의 일환으로 주요 기업에 정부가 직접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 국방부가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약 5733억원)를 투자해 지분 15%를 취득했다. 웨스팅하우스 투자도 원전 산업 강화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선 미국이 원전 산업 부흥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한국 기업의 호재로 본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30년 넘게 중단해 자국 내 원전 건설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다. 다시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웨스팅하우스뿐만 아니라, 파트너인 다른 기업 도움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 투자에 쓸 자금 일부가 일본에서 온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 28일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미·일 관세 협상 때 합의한 대미 투자의 세부 방안을 공개했는데, 이 안에 미쓰비시·도시바·IHI 등 일본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건설 등에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투자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WP는 일본의 투자금 일부가 미 행정부의 웨스팅하우스 지원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 여파로 미국이 일본 기업들을 주요 사업 파트너로 삼게 되면 웨스팅하우스로선 한수원이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