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가 29일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하면서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미 정부는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으로 명시하기로 했고, 한국 기업이 투자를 주도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이날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 개막 특별연설에서도 “우리(한미)는 매우 특별한 관계와 유대를 가지고 있고, 조선업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 맥락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조선 산업의 부활’을 외쳐 왔고, 이날도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때 세계 1위였지만 지금은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번창하는 조선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한국과 정말 많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현금으로 투자되는 2000억달러와 달리 이 마스가용 1500억달러는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보증 등 간접 투자 방식도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선사 등이 새 선박을 도입하기 위해 조선사에 발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까지 아우른다.

배를 주문하는 선사는, 만들어질 배를 담보로 삼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배를 만드는 조선사에 선박 대금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마스가용 1500억달러로 이런 선박 금융이 가능해지면서 우리 외환시장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선사로부터 선박 수주를 따낼 경우,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이 결국 우리 조선사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발주, 한국 수주 구조가 만들어져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화그룹의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확장이나, HD현대가 도전하는 헌팅턴 잉걸스와의 군함 공동 건조 프로젝트 등이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제 조선 산업을 낯설어하는 미국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한국이 대미 조선업 투자를 주도할 수 있게 된 것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또 양국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외교 당국 간 조선 협력 협의체도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기업 영역의 협업을 정부 간 고차원적 협업으로 더욱 확장시킨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한국의 우수한 조선 기술이 미국 조선 산업의 현대화와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 했다”면서 “이번 한미 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가시적 성과가 빠른 시일 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자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