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2025 CEO 서밋’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경주 화랑마을 어울마당에서 각국 참석자를 맞이하는 환영 만찬이 열렸다. 만찬에는 국내외 정·재계 인사 6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서밋 의장을 맡은 최태원(왼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김민석(가운데) 국무총리가 사이먼 칸(최 회장과 김 총리 사이 등진 인물) 구글 아시아·태평양 부사장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국무총리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외교 수뇌부가 다자 국제회의인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간 중 한국과 별도의 비즈니스 행사를 열고 양국 간 산업 협력 및 통상 현안을 논의한다. 난항 중인 한미 관세 협상 국면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9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주요 그룹 총수를 포함한 한미 기업인 20여 명을 초청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한다. 앞서 주한 미 대사관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도 초청 명단에 올랐다. 미국 측에선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AWS(아마존웹서비스)의 맷 가먼 CEO를 비롯해 알래스카 LNG 개발과 방산, 희토류 분야 미국 기업 CEO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드테이블 후에는 APEC 참석을 위해 경주에 온 한미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리셉션이 열린다. 하워드 러트닉 장관 외에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관세협상 난항 속… 한미 기업인들 만나 우호 분위기 조성

리셉션은 러트닉 장관과 김정관 장관의 개회사와 답사 후 스탠딩 만찬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 재계에서도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를 포함해 성 김 현대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CEO 등 수십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시간 APEC 회원국 정상 간 만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열릴 경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열렸던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대한 답례 성격이다. 당시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우리 기업인 약 50명은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실현’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총 1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보잉 및 GE 에어로스페이스 엔진 구매 계획을, 현대차가 5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고려아연과 HD현대, 두산에너빌리티도 미국 기업과 MOU를 체결한 바 있다.

◇美, 경주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이번 행사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APEC 기간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러트닉이 한국 기업인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초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 주요 기업들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면서 앞으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초청받은 양국 기업 명단은 한미 간 핵심 공급망과 협력 분야를 반영한다. 미 현지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한 삼성·SK·현대·LG 등 4대 기업 총수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이끄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초대를 받았다. 전략 광물 공급망의 중요 파트너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원전·SMR 협력에 적극적인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이 대표적이다. 미국 쪽에선 SK와 울산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AWS의 맷 가먼 CEO, 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글렌파른그룹의 브렌던 듀발 CEO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맺고 우리 방위사업청의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 도전한 방산 업체 L3 해리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희토류 채굴 MOU를 체결한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의 CEO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이후 열리는 리셉션은 APEC CEO 서밋 참여차 경주에 온 한미 기업인 다수가 참여하는 상견례 겸 네트워킹 행사가 될 전망이다. 각 기업 간 구체적인 협력 논의나 기업과 미 행정부 인사 간의 개별 회동을 통한 물밑 조율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EO 서밋 환영 만찬에 600명 운집

한편 28일 밤 ‘경주 화랑마을 어울마당’에서는 ‘경주 APEC 2025 CEO 서밋’의 막을 여는 환영 만찬이 열렸다. 서밋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 국내외 정·재계 인사 6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개회사에서 경주의 ‘동궁과 월지’를 “신라 시대 왕과 신하가 함께 술을 마시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곳”이라고 소개하며 “3일간 우리도 지혜와 문화를 나누고 협력하자”고 했다. 마티아스 코만 OECD 사무총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건배를 제의하며 화답했다.

29일 공식 개막하는 CEO 서밋의 전야제인 이날 만찬은 90분간 스탠딩으로 진행됐다. 만찬을 준비한 롯데시그니엘 부산은 경주 한우와 동해 전복 등을 활용한 전통 음식부터 할랄·비건 음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APEC 공식 간식으로 소개한 황남빵도 테이블에 올랐다.

APEC 정상 기간 진행되는 CEO 서밋은 각 회원국 정상 및 기업 CEO들이 미래 산업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31일까지 열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재계 리더 85명이 연단에 올라 지역 경제 통합,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같은 시대적 과제를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