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수퍼 위크’가 27일 ‘CEO 서밋 퓨처테크 포럼’을 시작으로 본격 막을 올렸다. 29일 공식 개막하는 CEO 서밋 참석을 위해 APEC 회원 16국 정상과 전 세계 1700여 명의 글로벌 재계 리더가 CEO 서밋 참석을 위해 경주로 몰려오고 있다. 이를 앞두고 각 분야 주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취지로 이날부터 조선, 방산, AI(인공지능), 미래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의 포럼이 이어진다.
이날 오전 9시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열린 첫 포럼은 HD현대가 ‘조선업의 미래를 만들다’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한·미 협력에서 다뤄지고 있는 핵심 키워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전면에 떠오른 가운데, 국내외 조선 업계와 학계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APEC에서도 관심 집중된 ‘마스가’
이날 포럼에선 지난 17일 회장직에 오른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처음으로 공개 행사에 등장해, 기조연설도 했다. 그는 “첨단 역량을 통해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 파트너로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또 “미국 쪽에서도 (HD현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준비가 잘된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의 에릭 추닝 부사장은 이날 포럼에서 “HD현대와 자율 운항 기술 등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할 것”이라고 비전을 소개했다. 지난 26일 HD현대는 헌팅턴 잉걸스와 공동으로 한국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군수 지원함 건조에도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정기선 회장은 주요 파트너들과 AI를 비롯한 IT를 대거 적용해 조선소를 ‘미래 첨단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킬 계획도 소개했다. 미국 페르소나AI는 HD현대와 국내 최초로 AI에 기반을 둔 용접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니컬러스 래드퍼드 CEO(최고경영자)는 “이 로봇은 10개월간 기초 설계를 거친 후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가듯 단계별로 훈련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 지멘스는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HD현대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미국 방산 테크 기업 안두릴은 HD현대와 한미 시장에서 선보일 ‘무인 수상정’을 공동 개발 중이다. 존 킴 안두릴 한국 대표는 “드론과 미사일 등 무인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방위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력, 글로벌 진출로 다각화
조선 업계에선 이날 포럼이 ‘새로운’ HD현대의 전략 발표회 같은 자리였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24일 정기 임원 인사까지 마친 HD현대는 ‘정기선 체제’로의 개편을 사실상 마무리짓고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돌입한 상태다.
정 회장은 특히 글로벌 수요에 따라 조선업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적으로 겪는 ‘사이클 산업’의 굴레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쭉 HD현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입사한 직후인 2014년 회사가 수주 침체로 3조2500억원 규모의 창사 이래 최대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걸 직접 경험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날 포럼에서 밝힌 계획을 포함해 기술력, 글로벌 시장 진출로 외부 환경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는 회사 구조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지향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