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한국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해군 함정 건조에 도전한다. 미국 방산 분야 최대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공동으로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 지원함 개발 사업 입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26일 경주에서 헌팅턴 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이르면 연말쯤 사업자를 최종 선정하고, 설계를 거쳐 2027년 8월 첫 건조를 시작한다.
우리 기업이 미 군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를 맡은 적은 있지만 함정 건조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주 땐 한미 조선 협력에 한 획… ‘마스가’ 날개 달 듯
HD현대와 헌팅턴 잉걸스는 미 해군이 도입하려는 차세대 군수 지원함 약 13척을 공동으로 개발·건조할 계획이다. 군수 지원함은 전투함에 연료 및 군수 물자를 보급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함정이다. 미 해군은 기존 보급함보다 더 민첩하게 기동하고 연료 효율이 우수한 함정을 도입하기 위해 차세대 군수 지원함의 개념 설계를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양 사는 공동 개발한 군수 지원함으로 이 사업을 따내는 게 목표다.
미 해군은 2023년부터 차세대 군수 지원함 개발을 추진하며 입찰 공고를 냈지만 지원하는 기업이 없고 예산도 부족해 3차례나 유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초기 예산 1억달러가 배정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최근 미 의회에선 군함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 1위 울산 조선소를 보유한 HD현대가 군수 지원함 건조 참여를 통해 역량을 증명한다면, 장기적으로 헌팅턴 잉걸스와 동반하는 형태로 전투함 건조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D현대와 헌팅턴 잉걸스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조선업 전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미국 내 조선소 등 선박 생산 시설 인수 또는 신규 설립에 공동으로 투자하고, HD현대는 헌팅턴 잉걸스 그룹이 보유한 현지 조선소 두 곳에 HD현대의 블록 모듈과 주요 자재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조선 분야 ‘엔지니어링 합작 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미 해군 및 동맹국 함정에 대한 유지·보수(MRO) 분야에서도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