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은 27일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8년 액면 분할 이후 한 차례도 넘지 못했던 ‘10만원 벽’을 이날 넘어선 것이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최근 잇따르는 수주 소식, 주가 부양을 위한 삼성의 자사주 매입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이 회장이 국내외에서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며 ‘잃어버린 10년’ 평가를 받았던 삼성의 경쟁력 회복에 주력해왔던 것도 주가 상승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과 함께 전 거래일 대비 2.53% 오른 10만1300원으로 시작해, 장중 10만19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던 지난 7월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대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테슬라, 애플이 발주하는 대규모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연이어 수주했다. 이 회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도 수차례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한미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같은 국가 현안을 위해 수차례 미국행(行)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했다.

잇단 수주 과정에선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7월 말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삼성과의 파트너십 논의를 위해 회장(chairman)과 화상 회의를 했다”고 적었다. 지난 8월말 미 워싱턴DC의 한미 비즈니스 행사에선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포옹’을 한 모습이 글로벌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행사 10여 일 전에도 황 CEO를 만나,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비롯한 AI(인공지능)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도 단단하게 뒤를 받쳤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역대 최고 매출인 86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2조1000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 대비 31.8% 증가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은 이 날도 별도 메시지나 행사 없이 이번주 열리는 APEC 준비 등 경영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APEC에서도 이 회장은 젠슨 황 CEO와의 회동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과 사업 협력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년 뒤 주가에 따라 임직원에게 최대 1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 기반 주식 보상(PSU)’ 제도 역시 최근 상승세인 주가와 함께 기대를 받고있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일각에서 말하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나 컨트롤타워 부활과 같은, 외부에 드러나는 식의 변화보다는 조용히 내실을 다지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