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와 관련, 한미가 여전히 ‘직접 투자’ 금액을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미 협상의) 핵심은 직접 투자 규모”라며 “어느 정도가 적절한 수준인가 놓고 양국이 굉장히 대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4 /남강호 기자

김 장관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한 뒤, 이날 새벽 입국해 국감에 참석했다.

김 장관은 “기본적으로 3가지 원칙하에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첫째는 과연 이것이 양국의 이익에 서로 부합하느냐, 둘째는 프로젝트가 상업적 합리성, 할 만한 사업이냐, 셋째는 금융·외환 시장 영향 최소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시기를 정해 놓은 건 아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우리의 입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간 미국이 주장해 온 ‘선불’ 투자에 대해서는 “미국이 선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은 상당 부분 접은 상황”이라며 “그런 부분들은 미국 쪽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있다”고 했다.

또 “미국 쪽에서 우리 외환시장의 영향이나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도 했다. 상당 기간에 걸친 투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견이 좁혀졌으나, 미국이 요구하는 현금 직접 투자 규모가 커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측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우리 정부가 매년 150억달러씩 10년간 투자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구체적 숫자는 언급할 수 없으나 유사한 논의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김 장관은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지에 대해서는 “하워드 러트닉 장관과의 논의 자리에서 대두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한미 협상 과정에서 대두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며 관련 논의가 나왔음을 시사한 바 있다.

사실상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 핵심 쟁점인 ‘직접 투자 규모’에서 여전히 양국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타결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전날 공개된 미국 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사실상 APEC에 맞춰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APEC 개막 이전에) 추가로 대면 협상을 할 시간은 없다. APEC은 코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어서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며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미는 지난 7월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타결 직후 한국은 직접 투자를 5% 이내로 제한하고 보증 한도를 3500억달러로 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한 반면, 미 측은 일본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직접 투자 등을 요구해 후속 협의가 진전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