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ESS(에너지저장장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북미 시장에선 대규모 양산에 돌입한 LG에너지솔루션이 ESS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에 나섰고, 삼성SDI는 국내 ESS 입찰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SK온도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국내에서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을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LG엔솔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ESS용 배터리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LG에너지솔루션

◇“ESS, 전기차 잇는 핵심 성장축”

이석희 SK온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CEO 특강에서 “ESS 사업은 전기차를 잇는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이라며 “ESS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ESS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불규칙하게 전기가 생산되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서 필수 설비다. 북미·유럽 등에서 ESS 수요가 꾸준해 2028년까지 전력망을 중심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최근 북미에서 빠르게 조성되고 있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게 필수이기 때문에, 발전소, 송·배전망 등 인프라와 함께 ESS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 사장은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액침 냉각 기술, 화재 조기 진압 설루션 등 ESS 사업 주요 전략을 설명하고,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배터리 사업에서 안전성과 신뢰는 최우선 가치”라며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ESS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CEO 특강에서 발표하는 모습. 이날 강의에서 이 사장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를 잇는 차세대 성장 축이라고 강조했다./SK온

삼성SDI도 지난 20일 한국전기안전공사와 ‘ESS 안전 생태계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양사는 안전성 검증 체계 강화, 표준화된 관리 시스템 구축 등 ESS 산업 전반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앞서 한국전력거래소의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약 76%를 확보하며 경쟁사 대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울산공장에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전량 생산, 국내 조달 비율을 높여 산업 기여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삼성SDI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ESS 등 배터리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에서 최주선(오른쪽에서 둘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남화영(왼쪽 둘째)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삼성SDI (사진 왼쪽부터 김성주 전기안전공사 기술이사, 남화영 전기안전공사 대표이사 사장,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박진 삼성SDI 중대형사업부장 부사장)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에서 ESS 사업으로 가장 먼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LG엔솔은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60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수치로, 미국 AMPC(보조금) 효과를 제외해도 2358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북미 주택용 ESS 출하 본격화가 실적 개선의 핵심”이라며 “LG엔솔이 선제적으로 ESS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것이 경쟁사 대비 뚜렷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LG엔솔은 글로벌 배터리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6월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다.

◇1조 규모 ‘한전 2차 ESS 입찰’ 임박

배터리 3사의 ESS 경쟁은 한국전력거래소의 1조원 규모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로 이어질 전망이다. 육지 500MW(메가와트), 제주 40MW 등 총 540MW 규모로, 충·방전 6시간이 가능한 ESS 설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비슷한 규모의 1차 사업에서는 삼성SDI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로 약 76%를, LG엔솔이 LFP 배터리로 24%를 수주했다. 2차 계약은 이르면 이달 중 공고, 연말쯤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LG엔솔은 현재 중국 난징 공장의 LFP 생산 라인을 국내로 이전하거나 충북 오창의 생산 라인 일부를 ESS 생산 라인으로 바꿔 ‘국내 생산’ 관련 점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SK온도 서산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LFP 배터리 생산으로 바꿔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