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군용 차량 -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선 AI 기반 무인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사진은 한화가 만든 궤도형 무인 지상 차량(UGV) '테미스-K', 다목적 무인 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 등이 전시된 모습. 미래 전장에서 물자 수송이나, 전투 보조 등 사람이 수행하기 위험한 작업을 대신 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가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닷새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K방산의 4대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은 올 상반기 기준 수주 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한국군의 수요만 충족시켰던 우리 방위산업이 이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수준이 됐다는 뜻이다. 올해 행사 역시 이런 위상에 맞게 35개국 6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우리 방산기업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DEX에서 질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해외 수출에서 중심을 이뤘던, 자주포나 전차, 지대공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중심이 아니라, 현재 세계 각국의 방산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AI(인공지능)’ ‘무인(無人)화’ 기술을 맨 앞에 내세운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전장(戰場)에서는 드론을 포함한 무인기 등 AI와 데이터를 결합한 무기 체계가 주도하고 있다. ‘방산테크’ 선두주자인 미국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은 약 4225억달러(약 600조원)로 록히드마틴(약 1156억달러)을 이미 뛰어넘는 등, 글로벌 방산 지형도 변화하는 중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우리 기업들도 이제 이른바 ‘AI K방산’ 시대 준비에 나선 것이다.

◇K방산 “우리도 AI 도입”

이날 한화가 선보인 다연장 로켓 ‘천무 3.0’은 AI 기술을 활용해 표적을 감지하고, 위성으로 이 정보를 전송받은 자폭드론이 날아가 목표를 타격한다. 원래 천무에 장착된 로켓 몸체에 탑재된 드론까지 합해 파괴력을 한층 더 높인 시스템이다. 천무는 이미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돼 성능이 입증된 K방산 대표 수출품 중 하나다. 이를 AI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최근 다수 전장에서 돋보인 무인기 기술도 대거 등장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무인기 3종의 실제 크기 모형을 전시했다. AI 기술 기반으로 스스로 임무를 수행하고, 사람이 탄 실제 전투기의 비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유인기와 편대를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레이더 등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도 갖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이날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와 공동 작전이 가능한 ‘AI 파일럿’ 기술이 반영된 무인기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LIG넥스원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중형 무인기 기술을 공개했다. 산악이나 도심 등 활주로를 만들기 어려운 곳에서도 긴급 대응이 가능하다.

◇대표 방산 기업 경쟁도 치열

현대로템은 이날 GOP(일반전초), DMZ(비무장지대) 등 군 야전에서 시범 운용을 마치고 군에 납품한 다목적 무인 차량 ‘HR-셰르파’를 선보였다. 사람이 투입됐을 때 위험도가 높은 정찰·보급·구난 등 현장에서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또 이날 우주 발사체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제트 엔진 기술도 공개하며 “종합 방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무인차나 우주 발사체 엔진 기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로 개발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방산 업계에선 “현대로템이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던진 셈”이라며 “그전까지는 기업별로 방위산업 내에서도 전차, 자주포, 발사체 등 자기 전공 분야가 뚜렷했지만 방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