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전략 광물인 갈륨 생산 체계를 국내에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달부터 2027년 12월까지 약 557억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생산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돌입하면 연간 약 15t의 갈륨을 생산할 전망이다.

지난달 최윤범(맨 왼쪽)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고려아연

갈륨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5G 통신 장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화합물 반도체의 주요 원료다. 중국이 글로벌 수요의 약 99%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첨단 산업에 필수적이면서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어 접근이 제한적인 광물 20종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있는데, 갈륨도 그중 하나다.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갈륨을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했고, 작년 12월에는 대미 수출까지 전면 금지했다. 이번 투자로 중국을 제외한 세계 소재 공급망에서 고려아연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갈륨 회수 공정의 부산물에서 또 다른 전략 광물인 인듐을 연간 16t 이상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듐 역시 LCD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반도체 기판 등에 사용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인듐도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데, 중국을 빼면 고려아연이 세계에서 인듐 생산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라며 “중국은 인듐도 수출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또 다른 전략 광물인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생산 체계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안티모니의 경우 지난 6월부터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고, 게르마늄은 2028년 상반기 가동 목표로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말 세계 최대 방산 기업 미국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관련해 협력하기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중국의 희토류 및 전략 광물 통제 움직임이 강해질수록 고려아연을 포함한 소수 전략 광물 생산 기업의 몸값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하자 직전 거래일 91만9000원이었던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5일 138만6000원으로 약 51%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