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한국에너지법학회가 공동 개최한 ‘전력시장 선진화를 위한 법적기반 강화방안’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조재현 기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급증하고 국제 정세로 연료비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24년 전 만든 낡은 전력 시장 규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한국에너지법학회는 20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력 시장 선진화를 위한 법적 기반 강화 방안’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연간 70조원이 넘는 전력이 거래되고 있는 전력 도매 시장을 떠받치는 규정이 만들어진 지 24년 됐지만, 변화한 에너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와 학계 인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핵심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폭증하는 현실과 시장 규정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 시장이 처음 만들어진 2001년만 해도 석탄·LNG(액화천연가스) 중심의 비용 평가 기준과 체계로 운영됐다. 하지만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발전 사업자는 2001년 6곳에서 지난해 6617곳으로 약 1100배 늘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전력 공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이 커서 중앙에서 통제하기가 어렵다. 불규칙한 전력 공급 체계에 국제 연료비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과거의 비용 정산 체계로는 발전사들이 원가를 보전받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새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에 100GW까지 늘리겠다고 하지만 이는 매일 이화여대 교정 하나(약 36만㎡)만큼 태양광을 깔아야 할 규모”라며 “전부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을 때만 유효한 24년 전의 비용 규정을 적용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민간 발전사의 연료비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발전사들이 비용 규정 제·개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소를 멈춰 세우는 출력 제어, 송전 제약 등이 발전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발전사들이 권리를 주장할 틈새는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진표 변호사는 “민간 발전사 참여가 크게 제한돼 있어 규정상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백옥선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전력 시장 운영 규칙 개정 등을 논의할 때는 회원사들의 충분한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 좌장을 맡은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과거에 효율적이었던 전력 도매시장 제도는 재생에너지가 급증하는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전력을 공급해도 지금처럼 누군가는 뜻밖의 수익을, 누군가는 수긍 못 할 손실을 보게 된다면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전력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