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중국의 수출규제 1호 품목인 갈륨 생산에 나선다. 안티모니·게르마늄에 이어 또 하나의 전략광물 생산체계를 구축하면서 국내 자원 안보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올해 10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약 557억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한다고 19일 밝혔다.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돌입하면 연간 약 15톤의 갈륨을 생산해 약 110억원의 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갈륨은 반도체와 LED, 고속 집적회로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5G 통신장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화합물 반도체의 주요 원료로, 실리콘 반도체보다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도 자원안보특별법에서 정한 핵심광물 33종에 갈륨을 포함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7%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갈륨 생산량 약 762톤 중 752톤을 중국이 생산한다.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갈륨을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했고, 작년 12월에는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전 세계 갈륨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은 전략광물 수출 제한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갈륨 생산 결정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고려아연 연구소와 핵심 기술진이 ‘최신화한 갈륨 회수 기술’ 상용화와 최적화에 성공하면서 공장 신설 비용을 줄이고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갈륨 생산의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 갈륨 회수 공정의 부산물에서 또 다른 전략광물인 인듐을 연간 16톤 이상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80억원 수준의 추가 이익이 예상된다. 인듐은 스마트폰과 TV 터치스크린, 태양전지에 쓰이는 희소금속으로 최근 5년간 가격이 약 2배 상승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통제와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국의 치열한 전략광물 확보전 등으로 국가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전략광물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전략광물 허브로서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와 기술 향상 노력으로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