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시가스·지역난방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이 ‘히트펌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태워 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외부의 열을 끌어와 난방이나 온수에 쓰는 친환경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도입되면 지난 40년간 도시가스·지역난방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 시스템은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입니다.
기후부는 출범과 동시에 이 분야 조직을 대거 강화했습니다. 산업부 시절 수소경제정책관은 기후부 수소열산업정책관으로 바뀌었고, 기존 3개 과에 분산돼 있던 열 산업 업무는 신설된 기후부 열산업혁신과로 통합됐습니다. 열 산업 전담과(課)가 새로 생긴 건 처음입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 8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수단으로 히트펌프를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한 지역난방 업계 관계자는 “전력 일변도 에너지 정책 프레임에 열에너지가 편입됐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열 산업 드라이브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히트펌프를 돌리려면 많은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 전기를 석탄·가스로 생산하면 오히려 탄소 배출만 늘어납니다. 결국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써야 ‘친환경 난방’이 되는 것입니다. 히트펌프는 태양광·풍력과 ‘세트’인 기술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히트펌프로는 한국의 겨울 밤을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난방 수요는 주로 밤과 새벽에 집중되는데 이때 태양광 출력은 제로입니다. LNG 발전이나 ESS(에너지 저장 장치) 없이는 가동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LNG 발전 단가는 태양광보다 40% 이상 비싸고 ESS 구축엔 천문학적 비용이 듭니다. 히트펌프가 공기를 데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온돌 문화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후부는 신도시 중심으로 히트펌프 난방을 보급할 계획인데, ‘너무 춥다’는 민원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장기적인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히트펌프에 힘을 싣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기술 효율성과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운 탈탄소’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환에는 속도보다 ‘현실 감각’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