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수출품에 대해 군사적 전략물자 여부를 판정하는 시스템이 마비돼 수출 업무가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나 고성능 레이저, 탄소섬유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수출품이 해외에서 군사적으로 전용(轉用)될 우려가 없는지 등을 산업통상부 위탁 기관인 무역안보관리원에서 사전 검사를 받는다. 이런 판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뉴스1

15일 산업통상부와 무역안보관리원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379건의 전략물자 판정 신청서가 접수됐다. 그러나 이 중 최종적으로 판정서가 발급된 건 154건(40%)에 불과하다. 나머지 225건(60%)은 전략물자 여부 판정이 지연되고 있다.

처리 절차가 늦어지자 무역안보관리원은 긴급 콜센터 운영에 들어갔는데, 이달 13일까지 총 493건의 기업 민원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전략물자 여부 판정 관련 민원은 389건으로 전체 민원의 79%를 차지했다. 휴일을 제외하면 최근 6일간 하루에 65건씩 불만이 빗발친 셈이다. 민원의 주 내용은 전략물자 판정 시스템이 언제 복구되는지, 판정서 발급이 왜 이렇게 늦어지는지 등이었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무역안보관리원 시스템에 접속해 입증 서류를 제출하면 됐는데, 화재로 이 시스템이 마비돼 버린 것이다. 기업들은 무역안보관리원에 이메일을 보내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있는데, 처리 속도가 느려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는 시스템 복구까지 최소 4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14일 오후 6시 기준으로도 여전히 복구율이 0%라, 복구 기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이철규 의원은 “가뜩이나 미국의 상호 관세 여파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큰 상황에서 이런 통상적인 업무 처리까지 미뤄지며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기업별로 일대일 서비스 지원, 심사 인력 확충 등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