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ESS(에너지 저장 장치) 설치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ESS 설치와 운용에 드는 비용(ESS 낙찰가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보조 배터리’ 역할을 하는 ESS는 1㎿h(메가와트시)당 약 3억원이 드는 고가 장비다. 대규모로 도입될수록 전기 요금 인상 압박은 커질 수 있다. 정부가 ESS 낙찰가를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으면서, 소비자 전기 요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 질의에 대해 “1차 ESS 중앙계약시장 낙찰가 평균과 정산 예상 금액은 우선 협상자의 영업 정보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력거래소는 정부가 주도하는 ‘ESS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ESS 설치·운영 사업자를 경쟁 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고, 낙찰자와 장기 계약을 맺는다.
ESS는 초기 설치비가 막대해 민간 투자만으로는 사업성이 낮은 편이다. 이에 정부가 직접 입찰을 주관하고 일정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초기 시장을 마련하는 구조다. 정부가 올해 5월 진행한 1차 입찰은 563㎿, 사업비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540㎿ 규모의 2차 입찰 간담회도 열었다. 두 차수를 합치면 약 1100㎿, 총 추산 사업비 약 3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정부는 1차 입찰에서 ESS 1㎿당 얼마에 계약이 체결됐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낙찰가가 비공개인 상황에서 전기 요금 인상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SS 설치·운용비는 한국전력이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이미 약 206조원의 부채를 떠안은 한전은 재무 여건이 취약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이지만, 결국 비용은 전기 요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낙찰가를 비공개로 두면 국민의 실질적인 부담 규모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로 ESS 공급이 함께 늘면 이런 문제는 계속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올 2월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9년까지 2.22GW, 2038년까지 23GW 규모로 ESS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제12차 전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돼 ESS 공급 목표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구자근 의원은 “ESS 확대에 따른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상 등 부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SMR(소형모듈원전) 등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