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법원 판단에 대해 제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관련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약 7시간 40분 만에 최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이번 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투자 유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데,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골프 회동 등 일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출장에 기대하는 바를 묻는 질문에, 최 회장은 “어려운 경제 현안이 상당히 많다”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우리 경제에 기여가 되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 3808억원을 재산분할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주면서, 재산분할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소송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확보한 시간을 경영 전면에 쏟아부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귀국 후 오는 28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서밋)’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다.
최 회장은 이어 다음달 3~4일에는 SK가 주최하는 인공지능(AI) 서밋, 6~8일에는 그룹의 핵심 경영 전략이 논의되는 CEO 세미나를 연달아 주재하며 SK 내부 결속과 미래 방향 정립에 나선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시간을 번 만큼, SK 역시 AI나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망 등 국가 전략산업 분야에서 대응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날 대법원은 2심에서 쟁점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해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지원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태우 대통령이 재직 중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불법성이 있는 뇌물이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 분할에서 피고(노소영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비자금이 SK에 지원된 사실 자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이 돈의 불법성을 근거로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