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성과에 따라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연동 주식보상(PSU·Performance Stock Units) 제도’를 처음 도입하면서, 임직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 측은 “그간 과거 실적에 대한 보상만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보상을 처음 약속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미래 성장 보상’이라는 명분 뒤에는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 주가 부양과 지배구조 부담 사이의 고민, 자사주 운용 관련 실리적인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① 인재 붙잡기 차원

삼성전자는 15일부터 임직원 대상 PSU 약정 절차를 시작했다. 사원·대리급(CL 1~2)은 200주, 과장·차장·부장급(CL 3~4)은 300주씩 자사주를 주고, 임원은 직급에 따라 별도 수량을 지급한다. 기존 성과급과 별도인 일회성 추가 보너스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에도 전 직원에게 1인당 30주씩의 자사주를 나눠줬다. 지급 당시 주가는 5만4700원으로, 주가 상승률이 60%를 넘었다. 삼성 측은 “미래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이재용 회장의 통 큰 결단”이라고도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평균 1억원 성과급’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특정 경쟁사와 무관하게 미래 성과와 임직원 보상을 연동하기 위한 차원에서 2~3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② 직원들은 “3년 뒤 주가 어찌 아나”

임직원들은 주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실제 지급 수량은 3년 뒤 주가 상승률에 따라 달라진다. 기준 주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20% 미만이면 단 한 주도 못 받고, 40~60% 미만이면 약정 주식 전량을, 100% 이상이면 2배를 받는다. 기준 주가(8만5385원)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약정 주식을 다 받으려면 주가가 12만원(11만9539원)에 근접해야 한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도 제도 발표 당일인 14일 “주가가 이미 최고가 수준에 근접해 있는데 향후 3년간 주가 상승률이 20% 이상이 되지 않으면 단 한 주도 받을 수 없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지금 증시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2018년 액면 분할 이후 7년간 ‘10만원 벽’을 넘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그건 회사의 성장이 없어도 주식을 준다는 뜻인데, 임직원 동기 부여라는 제도 취지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③ 자사주 활용 고민

이번 PSU 제도 도입은 표면적으로는 임직원 사기 진작책이지만,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 자사주를 이용한 PSU 도입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까지 총 24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가 부양 등을 목적으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왔다. 최근에도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을 이유로 자사주 10조원 어치를 매입했고, 이 중 3조원가량을 소각했다.

다만 자사주를 추가로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아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보유 한도(10%)를 초과할 위험이 있다는 점은 삼성의 고민거리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두 회사의 지분율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이 경우 두 회사는 10% 초과분을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소각 이외에 다양한 자사주 활용법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들이 대거 발의돼 있다. 이 법안들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져 시행되면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해당 법안들은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소각 의무를 면제해주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이미 매입해 둔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투자 재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