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조원에 달하는 부채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이 재무 개선을 위해 약속했던 자산 매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지난 3년간 처분하기로 한 자산의 60%인 8400억원 규모만 매각했다. 이는 두 달 치 이자 비용에 불과하다.
한전은 2022년 ‘재정 건전화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총 세 차례에 걸쳐 고강도 자구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자산 매각, 전력 구입비 절감 등을 통해 2026년까지 22조6400억원의 재정 건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1조44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실제 매각된 자산은 8448억원에 그쳤다. 당초 목표의 60% 수준이다. 매각이 늦어지는 건 부동산 가치 제고, 인허가 지연 등의 이유라고 한다. 자구안의 핵심인 자산 매각이 늦어지면서 재무 개선이 제때 효과를 못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이 2023년 “절박한 심정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며 내놨던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와 노원구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도 지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아 그해 연결 부채가 200조원을 넘자 내놓은 고강도 자구책이었다. 각각 8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두 부동산은 매각 시 재무 상황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알짜’자산으로 평가받았다.
자산 매각이 늦어지는 이유로 한전은 지자체 인허가 절차와 자산 가치 제고를 내세우고 있다. 여의도 남서울본부는 부지 내 변전소 지하화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밟은 뒤, 노원 인재개발원은 용도 변경을 통해 부지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자산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한전은 필리핀, 요르단, 미국 괌 등 5곳에 보유한 발전소 지분 일부를 매각해 총 27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매각된 곳은 없다. 3곳은 매각 시기를 재검토하기로 했고, 2곳은 입찰과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전의 재무 개선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