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선 선사인 HMM의 컨테이너선. /HMM

전 세계 무역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해상운송(해운) 업계가 트럼프발(發) 리스크로 극심한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올 초 정부 출범과 함께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무역에 충격을 안긴 데다,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 견제를 위해 대규모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며 시장 위축 우려를 더 키웠다.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도 개입하면서, 그간 전쟁에 따른 노선 우회로 톡톡한 수익을 거둬왔던 글로벌 해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부터 미국과 중국이 각각 서로에게 부과하는 입항(入港)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중국 해운사 소속 혹은 중국산 선박이 미 항구에 들어올 경우 t(톤)당 최대 50달러(약 7만2000원)를 부과한다. 중국도 같은 날부터 미국 기업 소속 혹은 미국산 선박에 t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수수료를 매기면서 맞불을 놓은 상태다.

국내 해운사인 HMM, 팬오션 등이 보유한 중국산·미국산 선박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수료 부과에 따른 직접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해운 업계 입장에선 무역 대국인 두 나라가 벽을 높게 쌓아 올리면서 전체적인 화물 물동량 위축과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컨테이너 해운 업계는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7~9월)에도 극심한 보릿고개를 경험했다. 통상 3분기는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8일)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와 같은 소비 시즌을 앞두고 선적이 집중돼 운임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다.

하지만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해 매주 발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3분기 내내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에는 1100선까지 밀리면서 약 10년 만의 최대 하락 폭(-14.3%)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지수는 1114.52로 2023년 말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이달 10일 지수는 1160.42로 소폭 상승했지만, 올 초(2505.17)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지난 5월 조기(早期) 선적이 잇따른 여파다. 다음 분기 수요를 미리 당겨 쓴 효과로 정작 성수기에 이 같은 수요 공백이 나타난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선사들이 호황기에 대량 발주한 신조선(新造船) 인도가 예정대로 이뤄지면서 ‘공급’까지 늘어나 운임을 끌어내렸다.

이 같은 여파는 다음 달 발표될 3분기 해운 업계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 선사인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세계 경기 둔화와 미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대폭 둔화되는 상황에서, 연초 선복량 대비 6% 이상의 많은 신조선 인도까지 이뤄져 하반기에도 하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