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 환율이 5개월 만에 1430원대까지 오르면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관세(25%)로 인한 시름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면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이 유지되면 관세로 인한 타격의 약 30%는 만회할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온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조6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2% 줄어든 수치다. 4분기 영업이익은 2조7651억원으로 2%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아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은 16.6% 줄지만, 4분기엔 감소 폭이 9.55%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가는 현대차그룹이 3분기에 관세 영향을 최고조로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에 관세로 8282억원 손실을 봤는데, 3분기에는 이 규모가 최대 1조5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2분기에 관세로 7860억원 손실을 본 기아는 3분기에 1조23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으나 실무 협의가 늦어지면서 여전히 25%를 부과하고 있다.
4분기에는 고환율 효과가 반영돼 관세로 인한 타격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7월 평균 1375.22원, 8월 평균 1389.66원이었는데, 9월 하순 1400원대에 진입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34.0원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자동차는 물론,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한 자동차 모두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수출용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진다.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환율이 1% 변동할 때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변동 폭은 각각 3.3%, 3.4%”라며 “현재 환율이 유지되면 관세 타격의 30%는 환율로 만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평균 1453원이었던 지난 1분기에도 현대차는 6000억원이 넘는 환율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