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조업 DNA로 항공사를 운영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가전제품으로 고객 만족을 실현해 온 위닉스가 이제 항공 서비스로 그 가치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파라타항공 서울지사에서 만난 윤철민(51) 대표는 본지와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항공업 진출의 포부를 이렇게 답했다. 파라타항공은 중견기업 위닉스가 지난해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새롭게 출범시킨 항공사다. 인수 자금 약 200억원을 자체 조달했고, 항공사명은 ‘선명하게 푸르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파랗다’에서 따왔다.
위닉스는 공기청정기, 뽀송제습기 등으로 잘 알려진 50년 넘는 역사의 생활 가전 전문 중견기업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직접 항공사 운영에 나선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표는 위닉스 창업주인 윤희종 회장의 장남이자 ‘위닉스 2세’ 경영인으로 현재 파라타항공과 위닉스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항공업은 여객 및 화물 운송, MRO(유지·보수·정비)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며 “기존 위닉스가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잠재력을 가진 업종”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DNA로 설계한 항공 서비스
파라타항공의 운영 철학에는 위닉스가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업 기반의 정밀성과 효율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 대표는 “항공사 역시 하나의 종합 시스템”이라며 “기재(機材)와 정비, 운항, 고객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는 점에서 제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위닉스가 축적해 온 정밀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역량은 파라타항공의 정비 부품 운영 체계에 그대로 접목됐다. 이를 통해 부품 부족이나 정비 지연에 따른 비정상 운항을 최소화하고 운항 안정성을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재란 비행기 자체를 넘어,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모든 주요 장비와 부품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오랜 기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서 위닉스가 강조해 온 ‘고객 제일주의’ 철학도 항공 서비스에 녹아들었다. 기내 조명, 향기, 음향 등 감각적 요소까지 설계 단계부터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복숭아맛 시그니처 음료인 ‘피치온보드’를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위닉스의 항공업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굳이 항공업에 뛰어들어야겠냐’는 우려와 함께 항공기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많았다. 실제로 윤 대표는 글로벌 항공기 리스(임대)사들로부터 수차례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그럴수록 더 정교하게 사업 계획을 준비해 미국으로 날아가 리스사 회장을 설득했다”며 “고생 끝에 1호기를 확보했고 최근 5호기까지 계약을 마쳤다”고 했다.
◇과열된 LCC 시장... “FSC, LCC 경계 뛰어넘을것”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는 파라타항공을 포함해 총 9개 사업자가 경쟁 중이다. 미국과 동일한 숫자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 항공 수요 등을 고려할 때 과잉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파라타항공의 전신인 ‘플라이강원’도 출혈 경쟁에 더해 코로나 충격과 양양공항의 제한된 수요 같은 요인이 겹치며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러나 윤 대표는 “파라타항공은 LCC냐 FSC(대형항공사)냐라는 기존 구분을 따지지 않는다”며 “고객 입장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 꼭 필요한 노선이 무엇인지에서 출발하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거리 국제선 운항이 가능한 A330-200 광동체(와이드바디) 기종을 도입했다. 중·단거리 중심의 기존 LCC와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업계 안팎에서 “출범 초기부터 너무 공격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항공기를 빠르게 확보한 것도 초기 운항 지연·결항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파라타항공은 지난달 30일 양양~제주 노선에서 첫 상업 운항을 시작했고, 지난 2일부터 김포~제주 노선에도 취항했다. 당장은 플라이강원이 썼던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두되, 인천·김포 등 수도권 노선을 병행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한다는 현실적 전략을 택했다. 동시에 일본, 동남아, 미국 등 인천발 국제선 노선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윤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천발 국제선 노선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표는 “‘안심할 수 있는 항공사’, ‘다시 타고 싶은 항공사’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우리의 첫 1년에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