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축소하고 품목 관세를 25%에서 50%로 높이기로 하는 등 무역장벽 높이기에 나섰다. 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요 20국(G20) 무역투자장관회의 참석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찾은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현지 시각)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회담하며 “기존 교역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철강 물량 배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최근 EU가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대체해 새롭게 도입한다고 발표한 저율 관세 할당(TRQ) 제안 내용이 수입 쿼터 축소와 관세 인상을 골자로 하고 있어 한국 철강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양자 면담은 EU가 지난주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TRQ 제도 도입 계획을 공개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EU가 공개한 초안엔 무관세 적용 쿼터 물량 축소(-47%) 및 쿼터를 넘는 물량에 적용하는 세율 인상(25%→50%) 등 철강 수입 장벽을 한층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여 본부장은 이에 “한국은 14년 차 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로서 비(非)FTA 국가와는 차별화된 고려가 필요하다”며 “기존 교역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물량 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한국은 철강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포럼 등에서 EU와 협력 중인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이번 조치가 한·EU 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측이 우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 본부장은 G20 무역투자장관회의 계기로 함께 현지에서 열린 ‘철강 공급 과잉에 관한 글로벌 포럼(GFSEC)’에 참석해 “한국은 철강 업계의 자발적 설비 합리화와 함께 불공정 수입재 방어, 저탄소 전환을 병행하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GFSEC는 지난 2016년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한 협의체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28개 회원국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5국 장관급 인사가 참석했다.

참가국들은 세계 철강 과잉 설비가 2024년 6억 1000만톤에서 2027년 7억 20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중국의 공급 과잉과 미국의 철강 관세, 최근 EU의 철강 쿼터(TRQ) 감축 방안 등이 철강 시장 안정·고용·탄소 감축 노력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각국 대표단은 비시장적 정책이 과잉 설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 관련 정보 수집·공유 ▷2026년까지 공동 대응을 위한 프레임워크의 핵심 요소 확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관급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