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조선소를 방문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수천억 달러의 투자와 인력을 통해 (미국의) 조선소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자국 조선업 경쟁력 회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조선소를 방문할 경우,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한미 정상이 한국 조선소를 배경으로 한미 합작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부각시키며 양국 협력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조선소 방문이 이뤄질 경우 후보지는 두 곳이다. 거리만 본다면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유력하다. 경주 도심에서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직선거리로 40㎞ 안팎,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는 약 120㎞ 안팎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를 둘러보는 데 통상 1시간 이상 걸리는 만큼 시간상 울산이 낫다”고 했다.

한미 협력 의미를 더 강조한다면 거제 한화오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대미 투자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998년 부동산 사업과 관련해 방한했을 때 이 조선소를 찾은 인연도 있다.

트럼프의 한국 조선소 방문에 가장 큰 변수는 한국 체류 시간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개막 이틀 전인 29일 방한해 약 12시간 체류하는 일정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짧은 시간에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이 참석하는 경주 APEC 비즈니스 서밋 참석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소 방문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조선업계는 ‘방한 2~3일 전에 갑자기 조선소 방문이 정해져도 대응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를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와 한화 측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