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 3사인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실적이 3분기(7~9월) 말 기준, 연간 목표치의 50~7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선박 발주가 작년보다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한국 조선업계에 ‘효자 품목’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이 급격한 냉각기를 맞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LNG선 발주량은 상반기 기준 작년보다 82.9% 급감했다. 작년 연간 LNG선 68척을 수주한 한국 조선소들은 그 여파로 올해 3분기까지 18척 수주에 그쳤다. 수익성이 높은 LNG선 시장이 주춤하자 업계에서는 “숨 고르기냐, 구조적 둔화의 시작이냐”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알래스카 프로젝트’ 등 대규모 LNG 사업 발주에 따른 새로운 수주 호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 LNG운반선./한화오션

◇상반기 LNG선 수주 ‘급감’…당장 일감은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93척, 123억7000만달러(약 17조5500억원)를 수주해 연간 목표 180억5000만달러의 68.5%를 달성했다. 총 27척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연간 목표 98억달러(약 13조9000억원)의 51%인 50억달러를 채웠다. 한화오션은 수주 목표를 제시하지 않지만 작년 대비 71.3% 수준인 32척, 63억2000만달러(약 8조9700억원)를 수주했다. 통상 3분기면 연간 실적을 조기 달성하던 조선업계는 LNG선 시장의 급격한 위축 탓에 성적이 부진했다.

그렇다고 당장 조선소 ‘독(dock)’이 비거나 하는 생산 공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기록적인 수주 덕분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기준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은 3558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약 3년 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주 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미래 물량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반기 반등 기대감… 북미발 LNG 프로젝트

조선업계는 4분기에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 대형 LNG 프로젝트가 잇달아 추진되며 신규 발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에너지는 16~20척 규모의 LNG선 발주를 검토 중이다. 북미산 LNG를 아시아·유럽 등지에 공급하기 위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 셈프라 에너지도 약 140억달러 규모 LNG 프로젝트에 최종 투자 결정을 내렸다.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조선·해운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미발 LNG 수출 확대가 본격화하면 한국 조선업계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LNG선 장기 수급 상황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해운 분석 기관 영국 드루리(Drewry)는 전 세계 LNG 운반선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150~250척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7년 이후 신규 액화 설비 가동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낡은 선박 교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LNG선 수주에 집중하는 한국의 전략이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런던대 산하 UCL 에너지연구소는 “LNG선 시장은 수요 급증 이후 과잉 공급과 침체를 반복해온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며 “향후 10년 내 공급 과잉 리스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LNG선은 한국이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선종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해양 플랜트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LNG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키면서도 더 큰 규모의 벌크선, 탱커, 컨테이너선 등 범용선을 고부가가치화해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