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중 ‘9만 전자’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추석 연휴 뒤인 오는 14일 3분기(7~9월) 잠정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나올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잇따르면서, 지난 2018년 액면분할(50대1) 이후 한 번도 실현되지 못했던 주가 10만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월 셋째 주 화요일인 14일에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 10월 둘째 주에 실적을 발표해왔지만 이번에는 추석 연휴와 겹치며 일정이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 “3분기 기대 이상”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성적이 ‘기대 이상’일 것이란 리포트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10.5조원으로 컨센서스(9.8조원)를 7% 상회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채민숙 연구원은 “HBM3e는 사실상 엔비디아 인증을 완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이외 고객 중심의 판매를 이어가겠지만, 내년 이후엔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로 HBM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LS증권 차용호 연구원도 이달 초 ‘호재가 한 움큼’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3분기 호실적 전망의 주요 요인은 파운드리 사업부”라며 “가동률 상승과 일회성 비용 축소로 2분기 2.9조원이었던 사업부 적자를 3분기엔 0.7조원으로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4조원과 10.5조원, 목표 주가는 11만원으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도 같은 금액을 목표 주가로 제시하며 “DS(반도체) 사업 개선으로 2분기 대비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액면 분할 이후 10만원 벽 못 넘어
만약 ‘국민주’인 삼성전자가 주가가 10만원을 넘는다면 한국 자본 시장과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기초)에 대한 평가, 그리고 투자 심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5월 265만원이던 주가를 50대1로 액면 분할하면서, 5만3000원으로 다시 시작했다. 이후 7년 넘게 한 번도 10만원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1월 11일 장중 9만6800원을 기록한 것이 10만원에 가장 근접한 때였다. 당시 ‘반도체 수퍼사이클’ 전망과 함께 국민들의 주식 투자 열풍인 소위 ‘동학 개미 운동’이 맞물린 때였다.
최근 주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초 5만원대 초반으로 시작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반기 내 5만원 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국 불안, 미국발 관세 전쟁, 5세대 HBM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 악재가 겹쳐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연일 강조하는 데다, 삼성전자가 다시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올라탈 것이란 기대감이 겹치면서 주가가 9만원대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삼성전자 주식을 끌어모으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4조9101억원을 순매수했고, 10월 들어서도 연휴 전 이틀(1~2일) 만에 2조2411억원을 쓸어 담았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 하반기 영업이익은 4년 만에 최대치가 예상되고, 내년도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8년 만에 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불안 요인은 잠복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를 여전히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166억1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는데 관세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 실현 시점을 잡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