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 중 하나인 울산에서 핵심 석화 기업인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3사가 지난달 30일 ‘울산 석화단지 사업 재편을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년간 깊은 침체에 빠져 있지만 구조 조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울산 기업들의 협약을 계기로 여수 등 다른 주요 석화 산단 등에서도 사업 재편 움직임이 더 활발하게 나타날지 주목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3사는 공동으로 외부 컨설팅 기업을 선정해 울산 석화 산업 관련 자문을 하고,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 시설(NCC) 설비 감축,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생산 전환 및 고용 유지 등 구조 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 석화 기업 관계자는 “제각각 살길을 궁리하던 3사가 공식적으로 함께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번 협약은 또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업계의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지원’ 방침에 호응하는 차원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3대 석화 단지(충남 대산·전남 여수·울산) 중 처음으로 울산을 찾았을 때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구조 조정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었다.
석화 업계에선 다만 기업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해 이번 협약이 단기간에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반응도 많다. 우선 울산은 국내 3대 석화 단지 중 범용 제품인 에틸렌 생산 능력(약 176만t)이 가장 작아, 여수나 대산보다는 공급 과잉에 대한 위기감이 작은 편이다. 또 에쓰오일이 울산에서 연 320만t 규모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는 것도 변수다. 이를 앞두고 공급을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사업 재편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충남 대산 산단에서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NCC 통폐합을 비롯한 구조 조정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 중이지만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 산단에서도 생산 시설을 최대 24%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합작 기업 간 이견, 인력 조정 문제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