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 SSG닷컴은 오는 15~19일 서울 성수동에서 ‘미(美)지엄’이라는 이름을 붙인 행사를 펼친다. SSG닷컴의 첫 오프라인 행사다. SSG닷컴에 입점한 식품, 뷰티 브랜드가 4700㎡(약 1425평) 규모의 공간에서 마치 박물관을 구경하듯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인테리어 쇼핑몰 오늘의집은 13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오픈하우스 쇼룸에서 ‘2025 오늘의집 디자인 어워드’ 팝업을 연다. 380여 브랜드 4만3000여개 제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올해의 디자인’ 140여개를 선보이는 행사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서울 성수동에 첫 오프라인 매장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온라인에서 시작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라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다.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은 고객 체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더 절박하고 다층적인 이유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온라인 광고비 등으로 생존을 위한 탈출구로 오프라인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온라인 운영비 더 이상 싸지 않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은 더 이상 온라인이 ‘저비용 고효율 채널’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 주요 플랫폼의 광고 단가가 매년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매년 온라인에서 신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CAC)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 관계자는 “디지털 마케팅이 단가 상승, 수요 증가에 따른 난립 등으로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CAC가 연간 10~15%씩 상승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효과다. 개인정보보호 강화로 특정 소비자를 겨냥하는 ‘타깃 광고’의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타깃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해졌다”며 “이 비용을 쓰다보면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비용보다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한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온라인 업체가 난립하면서 광고 효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온라인에서 광고성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껴 광고 클릭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체험, 온라인 구매 자리잡나
온라인 시장의 변화에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가 찾은 해답은 오프라인이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게 신규 고객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식이다. 오프라인에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신규 고객의 1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창출되고 있다”며 “이를 비용으로 계산하면 온라인에서 마케팅을 벌이는 것보다 연간 100억원 가량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유명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킴 카다시안의 속옷 브랜드 ‘스킴스’다. 스킴스는 온라인에서 시작했는데 워싱턴 DC에 첫 영구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시카고, 애틀랜타 등 미국 전역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온라인 업체의 오프라인 진출 러시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데이터는 고객의 클릭과 구매 이력을 보여주지만, 소비자의 표정과 감정, 제품을 만지고 입어보는 과정의 미묘한 반응까지는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질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마케커들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잘 꾸며진 매장이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딩 수단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인지하고, 오프라인에서 체험한 뒤 다시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게 소비패턴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어느 한 쪽만을 고집하는 기업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