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대기업의 미국 내 로비 금액이 최근 4년 새 두 배 넘는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기업 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미국 상원 로비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대기업의 지난해 미국 로비 금액은 총 3532만달러(약 470억원)로 집계됐다. 2020년 1553만달러 대비 127.4% 증가한 수치다.
미국 내 로비는 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거나 불리한 규제를 막기 위해 의회나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합법적 활동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대미 로비 금액은 매년 증가해 왔다. 2021년 2161만달러, 2022년 2380만달러, 2023년 2492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3532만달러로 뛰었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엔 1년 전보다 41.8% 급증했다. CEO스코어는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대비, 미국 산업 정책 대응, 대미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미국 내 로비 금액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862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삼성은 로비 전문 회사나 변호사를 고용하는 비용인 간접 지출로 256만달러를, 그리고 회사가 자체 인력을 투입해 활동하는 직접 지출로 606만달러를 사용했다. 이어 SK(708만달러), 한화(605만달러), 현대차(478만달러) 순이었다.
증가율은 한화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2020년 45만달러에서 지난해 605만달러로 1244.4% 늘었다. 태양광 업체 한화큐셀이 2023년 1월 조지아주에 태양광 공장 증설을 발표한 뒤 세액공제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 활동을 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월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도 미국 로비 활동을 시작한 상태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로비 금액은 삼성(3964만달러), SK(3598만달러), 현대차(2357만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로비 분야는 무역 관련이 66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215건), 예산·세출(190건), 세제(177건), 자동차(170건)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