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하미시의 태양광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신장의 위구르족을 강제 노동에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 소재의 수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은 강화되는 환경 규제 속에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자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인 방파제를 잇따라 세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에 종속되는 일을 피해 에너지 안보도 지키기 위해서다.

29일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 등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해 중국의 태양광 시장 진출 견제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과 육상 풍력, 원전 기술 등에서 2030년까지 EU 역내 기술로 만든 제품의 점유율을 40%까지 올리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프랑스·포르투갈 등 개별 유럽 회원국도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EU는 프랑스 내에서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 풍력 터빈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총 29억유로(약 4조7800억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태양광 모듈과 풍력 터빈,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하는 회사에 3억8000만달러(약 5316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산 태양광 부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중국 기업이 동남아에서 만들어 ‘우회 수출’하는 태양광 제품에 최대 3521% 관세를, 작년 말부터는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 50%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강력한 규제보다 보급에 더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 1~5월 한국이 수입한 태양전지와 모듈 물량은 전년 대비 54%, 태양광 셀의 핵심 원재료인 웨이퍼는 6% 늘면서 외국발 공습은 더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을 더 확대하려는 상황이라, 미국이나 유럽 등처럼 강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이 계속 밀려들면, 국산 점유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태양광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국민 세금인 보조금으로 다른 나라를 배불리는 형국”이라며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우대 정책과 외국산 제품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