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산업의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였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기초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국내 기업들이 하나둘씩 시장에서 퇴출된 결과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만드는 첫 재료가 폴리실리콘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2014년 삼성정밀화학이 이 사업에서 손을 뗀 데 이어, 2020년에는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OCI와 한화솔루션(한화큐셀)마저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값싼 전기 요금과 인건비, 막대한 자국 시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치킨 게임’ 탓에 글로벌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하면서 더 이상 국내 생산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공급망이 무너지자 그 여파가 잉곳·웨이퍼 시장으로 번졌다. 2010년대 잉곳·웨이퍼 전문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던 웅진에너지가 2022년 결국 파산한 것이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를 활용해 만드는 태양광 셀과 모듈 등 완제품 관련 기업도 차례로 타격을 받았다. 이 분야 대표 기업인 LG전자가 2022년 태양광 모듈 생산 시작 12년 만에 손을 뗐다.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며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여파였다. 살아남은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는 한국 사업은 축소하고 중국산 공세를 피할 수 있는 미국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잉곳·웨이퍼·셀·모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인 ‘솔라 허브’를 구축 중이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노린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향후 미국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7월 통과된 감세 법안에 따라 미국 내 태양광 설비 보조금 요건이 크게 강화되면서 시장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태양광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 그리고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