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경기 화성시 한 민간 매립장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독자 제공

중국산 태양광 셀(태양전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95%를 넘어섰다. 5년 전만 해도 50% 달하던 한국산 셀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중국산의 공세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값싼 태양광 모듈(패널)에 이어 기술집약적인 셀까지 중국이 장악했다는 사실은 한국이 가격뿐 아니라 기술에서조차 밀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양광 보급에만 치중하는 재생에너지 정책 기조를 우리 산업 보호와 경쟁력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산에 잠식당한 韓 태양광 셀 시장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8%에서 2021년 63%, 2023년 74%를 거쳐 지난해 95%까지 치솟았다. 반면 한국산 태양광 셀의 점유율은 2019년 50%에서 2021년 35%, 2023년 25%로 주저앉다가 지난해엔 4%로 급락했다. 한국산 셀의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건 처음이다. 한국 태양광 시장 일부를 차지했던 대만·미국·일본·싱가포르산 셀은 2019년 점유율이 11%였지만 지난해엔 0.1% 미만을 기록하며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중국산 셀이 한국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판은 폴리실리콘(원재료)→잉곳·웨이퍼(부품)→셀→ 모듈(셀을 모아놓은 패널) 순서로 생산된다. 이 중 셀은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핵심 부품이다. 모듈은 여러 개 셀을 노동집약적으로 조립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반면 셀은 빛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로 바꾸는지로 품질이 결정되는 기술집약적 부품이다.

한국 태양광 시장은 값싼 중국산 모듈의 공세로 국산 점유율이 하락해왔다. 하지만 셀 시장마저 중국산이 장악했다는 건 가격 경쟁력 차원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한 태양광 기업 관계자는 “모듈 시장을 내준 건 싸게 만들지 못한 탓이지만 셀 시장을 내준 건 기술력에서도 밀렸기 때문”이라며 “한국 태양광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태양광 산업은 저가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서로 다른 파장을 흡수하는 두 겹의 태양전지로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초고율 탠덤(Tandem) 셀 분야에서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 육성보다 보급에만 방점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 달성에만 매달린 문재인 정부의 보급 일변도 정책이 중국의 시장 장악을 가속화했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질보다는 양에 집착하는 정책적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도 태양광 보급 속도전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안을 봐도 국내 태양광 산업 육성보다는 보급에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2026년 예산안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99% 늘어난 6000억원인 반면 연구개발(R&D) 예산은 3350억원으로 7%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2030년까지 100GW로 설정하는 등 보급 확대에 무게를 두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34GW다. 정부가 탠덤 셀 조기 상용화를 돕겠다며 지난 19일 ‘태양광 R&D 기획단’을 출범했으나, 일찌감치 연구개발에 나선 선진국 움직임에 비하면 너무 굼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규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일정 규모까지 늘리겠다는 구호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에너지 안보 강화 및 기술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셀(cell)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반도체 장치다. 폴리실리콘이 주된 소재로, 셀에 햇빛이 닿으면 반도체 내 전자가 움직이며 전기를 만들어낸다. 태양광 셀 여러 개를 하나의 판 위에 모아둔 장치를 태양광 모듈(module)이라고 한다. 이 모듈 여러 개로 구성된 태양광 설비를 벌판이나 지붕 등에 설치해 전기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