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전국 5곳에서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충북 영동, 강원 홍천, 경기 포천, 경남 합천, 경북 영양 등에서 진행되는 사업 규모는 8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경북 예천 양수발전소 준공 이후 14년 만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타 발전사가 진행 중인 전남 구례 양수 등 4개 프로젝트를 합치면 관련 신규 공사는 총 14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간 침체됐던 양수건설 생태계에 활력이 돌 것으로 전망된다.

양수발전은 전력 수요가 낮을 때 물을 상부댐에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수요가 급증하면 하부댐으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풍력의 단점을 보완하고,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을 때 5분 내 기동해 대규모 정전을 예방할 수 있다. 에너지 저장 장치이자 신속 대응 발전원으로서 ‘전력망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한수원은 현재 건설 중인 영동 양수발전소부터 가변속식 수차를 적용한다. 펌핑 시에도 출력 조절이 가능하고 응답 속도가 빨라 계통 안정성이 뛰어난 방식이다. 기존 정속식보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크게 높아진다.

사진은 강원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댐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은 전국 5곳에서 8조6000억원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에 뛰어들었다. 양수발전은 전력 수요가 낮을 때 물을 상부댐에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수요가 급증하면 하부댐으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역 생산 유발 효과 1兆

합천·영양 양수발전소는 부지선정위원회와 지자체 희망 조사를 거쳐 유치가 확정됐다. 영양의 경우 주민 찬성률이 9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사업 지연 없이 공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발전소 건설 지역에는 특별지원금·기본지원금·사업자 지원금 등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며,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기 때문에 지역과 한수원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

경주대 산학협력단 분석에 따르면 신규 양수 건설 지역의 생산 유발 효과는 약 1조원, 소득 유발 효과는 3000억원에 이른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에너지 변동성 ‘백업’ 역할도

올해 4월 개정된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라 양수 동력비, 제약발전 단가 산정 기준이 바뀌면서 현재 운영 중인 7개 양수발전소 기준으로 연간 약 533억원의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에는 야간에 전력을 끌어올리고 주간에 발전하는 방식이었으나, 태양광 비중이 커지면서 낮에 양수하고 야간에 발전하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이에 맞춰 정산 방식을 손질해 신규 양수 건설 사업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 양수발전의 사업성이 높아지게 되면서 앞으로 확대 예정인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에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현재 건설 중인 영동 양수(500MW) 1·2호기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영양 양수(1000MW) 1·2·3·4호기는 2036년 준공 예정이다. 이들 발전소가 차례로 전력망에 투입되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백업’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인허가 취득, 적기 착공, 주민·지역 업체와의 상생을 통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양수발전소 건설 확대는 대한민국 전력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획기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