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한국 경제의 성장 사다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경제단체들의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통로인 허리 기업은 줄어들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청년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모든 세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성장 없는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 “기업 성장생태계 위축”

29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기업 성장생태계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내고 “한국 기업 생태계가 2016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종업원수 50~299명 규모의 기업은 2014년 1만60개에서 2019년 9736개, 2023년 9508개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핵심 단계에 있는 이들 기업이 각종 규제와 지원 혜택 상실로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다”고 했다.

기업 당 평균 종업원 수도 2016년 43명에서 2023년 40명대로 줄어들며 영세화 흐름이 뚜렷해졌다. 중소기업의 대기업 성장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한 채 소규모 기업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좀비기업’ 비중은 2014년 14.4%에서 2017년 13.6%로 잠시 낮아졌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24년 17.1%까지 치솟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한경협, “청년층 실질소득 증가율 1%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이날 ‘청년층 실질소득 추이 분석과 시사점’을 발표하고, 최근 10년(2014~2024년)간 세대별 실질소득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한경협에 따르면, 만 20~29세 청년층의 실질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1.9%로 집계됐다. 이는 60대 이상(5.2%), 30대(3.1%), 50대(2.2%), 40대(2.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심지어 청년층의 실질소득 증가세는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과거 5년(2014~2019년) 연평균 2.6%였던 증가율이 최근 5년 (2019~2024년)에는 1.1%로 반토막이 났다.

고용 통계는 양과 질의 괴리도 보여준다. 같은 기간 청년층 실업률은 3.2%포인트(9.0%→5.8%) 하락하고 고용률도 3.6%포인트(57.4%→61.0%) 상승하며 ‘양적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비정규직 비율은 11.1%포인트(32.0%→43.1%) 급증하며 ‘질적 저하’가 심화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는 2014년 8월 115만2000원에서 2024년 8월 174만8000원으로 벌어졌다.

한경협은 “청년층의 실질소득 증가가 더딘 또 다른 이유는 외식비 등 치솟은 체감물가”라고도 지적했다. 청년층 체감물가 상승률은 2014~2019년 연 1.1%에서 2019~2024년 연 2.8%로 2배 이상 뛰었다.

◇경제단체들 “기업과 경제 살릴 대책 절실”

대한상의는 “기업 규모별 지원과 규제를 넘어 생산성과 혁신성 기준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혁신 역량과 생산성이 여타 기업에 비해 높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기업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고용훈련 등 고용의 질을 높이는 노동시장 정책과 함께 외식물가 안정화를 위한 식재료비 부담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